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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 식용견 위기 모면한 강아지 미국 입양돼 ‘犬生역전’

포항서 식용견 위기 모면한 강아지 미국 입양돼 ‘犬生역전’

농막 주변에 묶여 힘겹게 살아가던 개가 미국으로 입양된 사연이 전해져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에 사는 50대 여성 A씨에 따르면 올해 4월 흥해읍 한 도로 옆 밭에서 목이 묶여있는 흰색 강아지를 발견했다.

동물학대로 판단한 A씨는 개가 있는 농막 가까이 갔다 깜짝 놀랐다. 개가 먹는 물에는 이끼가 끼여있었고 음식물과 썩은 사료에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개를 구조해야겠다’고 생각한 A씨가 견주 등과 수차례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사비를 털어 구입한 사료와 물 등을 개에게 먹였다.

4월 중순 A씨는 동물행동가들의 협조를 받아 견주를 설득한 끝에 소유권 포기를 받아냈고, 개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공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공주’가 진돗개 중형견(5~6개월)이어서 입양해갈 가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소형 반려견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새가족에게 입양된 후 산책을 앞두고 있는 릴리 모습.(독자제공)2022.6.22/© 뉴스1

이미 반려견 3마리를 키우고 있는데다 중형견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A씨는 포항 임시보호처에서 경기도 광주 임시 보호처로 옮겨 ‘공주’를 돌보며 입양처를 찾아나섰다.

수십일 동안 인터넷을 뒤지던 A씨는 미국의 동물단체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과 접촉하는데 성공했지만 또다른 어려움에 부딪혔다. ‘공주’를 미국까지 데리고 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SNS 등으로 접한 한 단체가 ‘개를 미국에 데려다 주겠다’고 알려왔다. A씨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많은 사람이 공주를 위해 애를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마음속으로 수백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구조되기 전 공주(릴리)가 A씨가 가져다 준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독자제공)2022.6.22/© 뉴스1

그는 “지난해 공주가 구조되기 전 묶여있던 곳에 공주 정도 크기의 검은색 강아지가 있었다. 6개월 정도 지난 후 검은색 강아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공주’가 묶여있었다. 식용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주’의 해외 입양을 전해들은 견주들은 “농촌에서 키우는 강아지 중 일부는 식용견으로 사육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식습관과 관습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주’는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입양가족에게 전달된 후 ‘릴리’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포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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