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사람도, 동물도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진다. 그러면 뼈와 뼈가 부딪히며 딸깍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심해진다. ‘퇴행성 관절염’(DJD, Degenerative Joint Disease)으로 진행되면, 관절에 이상한 뼛조각이 자라기도 한다. 특히 강아지 고양이는 고관절 이형성증(股關節異形性症, hip dysplasia)이 있는 아이들에 더 빨리 온다고 알려져 있다. 관절염이 오면 다리를 절뚝거리며 깨금발로 걷는다. 산책도 거부한다. 정도가 약하면 약으로 치료하겠지만, 그 이상이면 수술을 해야 한다. 이 질환에 정통한 수의외과 양정환 수의사(서울동물의료센터 원장)에게 물었다. <편집자 주>
나이 들며 피하기 어려운 퇴행성 질환…다이어트, 운동제한, 보조제와 약으로 관리
어떤 때 잘 생기는가?
고관절 이형성증에 의한 2차적인 퇴행성 관절염이 많다. 심한 비만, 과도한 운동량 등도 원인이다. 다쳐서 관절면에 손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보통 한쪽에서만 퇴행성 관절염이 나타난다.
보호자들이 집에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은?
먼저 보폭이 좁아지기 시작하고, 종종 걸음을 걷게 된다. 엉덩이 주변을 쓰다듬으려 하면 깜짝 놀라거나 싫어하는 행동도 보인다. 잘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몸무게도 점점 늘어난다. 몸무게가 늘면 고관절에 무리가 가서 퇴행성 관절염이 더 빨리 악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특히 잘 걸리는 품종이 있는가?
18kg이상(40파운드) 이상인 중•대형견이다 이들은 관절 구조에 약간만 이상이 생겨도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하기 쉽다. 반면 소형견은 구조적 이상이 있어도 관절염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시추 페키니즈 닥스훈트 웰시코기 등은 연골이 두터워 관절염이 있더라도 다리를 잘 사용하는 편이다. 반면, 푸들 도베르만 등은 연골이 약해 약간 문제만 생겨도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퇴행성 관절염과도 조금 다를 것 같다.
퇴행성 관절염의 메커니즘은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강아지는 네발로 다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앞다리 힘으로 그럭저럭 지낸다. 평소 걸을 때는 앞다리 쪽에 60%정도, 뒷다리 쪽은 40%정도 의지하는데, 뒷다리 쪽이 불편해지면 앞다리 70%, 뒷다리 30% 정도 힘을 줘서 걷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오래되면 상체가 발달하며 불독처럼 어깨가 벌어진다. 그러다 결국엔 앞다리에도 무리가 온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어떤 차이가 있나?
고양이는 퇴행성 관절염이 와도 겉으론 차이를 잘 알아차리기 힘들다. 병원에서 여러가지 진단 결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다이어트다. 선천적인 고관절 이형성증을 똑같이 갖고 있더라도 마른 아이와 뚱뚱한 아이를 추적 관찰해보니, 관절염 진행 속도가 최대 6년까지 차이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는 운동 제한. 무리한 관절 사용을 줄이는 만큼 연골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그 다음, 연골보호제나 소염진통제를 먹이는 것도 좋다. 특히 연골보호제는 오메가3, 강황, MSM(methyl-sulfonyl methane) 성분이 한가지라도 들어있는 걸 추천한다. 이런 몇 가지만 해줘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평생 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등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면?
그럴 때 소염진통제가 필요하다. 아픈 상태가 지속되면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 근육이 줄어든다. 또 1~2주 내에 다리 힘이 많이 약해진다. 소염제를 먹여서라도 자꾸 걷게 해야 한다. 줄어든 다리 근육을 다시 원래만큼 돌리기 위해선 나중에 오랜 기간 재활이 또 필요하다.
정도 심하면 인공관절이나 FHNO 수술…조기 발견하려면 펜힙(PennHIP)검사로
그렇게 해서도 안 되면?
앞서 얘기한 다이어트, 운동 제한, 연골보호제나 소염진통제 등으로 관리해줘도 통증 때문에 계속 아파하거나 허벅지 근육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술을 한다면 크게 두 가지다. 만약 다시 정상적인 보행을 하길 원한다면 ‘인공관절’ 수술이 맞다. 특별한 부작용만 없다면 정상 다리처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소형견이거나 큰 수술이 두렵다 한다면 ‘대퇴골두목 절단술’(FHNO)을 해준다. 장애가 조금 남긴 하지만 수술은 간단하다.
또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하게 되나?
퇴행성 관절염이 염려되는 경우, 미리 펜힙(PennHIP)검사를 해보길 권한다. 관절염은 보통 생후 1~2살은 지나야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오는데, 펜힙은 생후 4개월 정도 이후부터 고관절의 퇴행성 관절염 발생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1983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개발한 조기 진단법이다.
그렇게 빨리 알아볼 수 있다고?
DI(Distraction Index)라는 수치가 그걸 알려준다. 고관절 비구와 대퇴골 사이 벌어진 정도다. 0.7 이상이면 95%에서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도 도입돼 지금은 널리 쓰이고 있다. 저만 해도 연간 150회 이상 펜힙검사와 고관절검사를 하고 있으니…
펜힙검사 DI가 높게 나타나면 미리 수술하는 것이 좋은가?
만일 DI가 크고, 고관절 뼈의 모양이 이상하고, 이미 탈구가 시작됐다는 게 확인된 경우라면 ‘삼중’골반절단술(TPO) 또는 ‘이중’골반절단술(DPO)을 해줄 수 있다. 이들은 평생 퇴행성 관절염 없이 자기 관절을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같은 견종의 평균 DI 수치보다 0.1~0.2 이상 높다면 JPS(juvenile pubic symphysiodesis)를 해줄 수도 있다. 특정 성장판 일부를 죽여 골반 모양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라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JPS수술은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크다.
양정환 수의사는
서울대 수의대 학사-석사에 이어 서울대 동물병원의 초대 정형•신경외과 전임수의사를 거쳤다. 그러면서 국내 최초, 최다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2001년 뇌수두증 수술, 2006년 인공고관절치환술은 물론 고관절이형성증, 십자인대단열, 난치성 슬개골탈구와 골기형에 대한 수술 증례가 많다. 실패한 골절 및 관절수술을 재(再)수술하거나 인공골, 골시멘트, 줄기세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임상 현장에서 시도해왔다.
“비록 증상이 있더라도 일상 생활, 삶의 질에 크게 지장 없으면 개입하지 않는다”는 스케일 큰 진료 원칙을 갖고 있다. 현재 건국대 수의대 겸임교수에 AOVet(국제수의정형외과단체) 한국강사, 한국수의외과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