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유치가 영구치로 바뀌는, 이갈이 시기가 이제 막 끝났다. 강아지 이빨은 모두 42개. 호기심 많고, 아직 이빨이 근질근질한 녀석은 하루 종일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소파부터 쿠션, 장난감은 물론 산책 나가선 벤치 쇠받침에다 길가의 돌멩이까지 자꾸 깨물고 흔든다.
녀석들 이빨은 끝이 뾰족하다. 잘 깨지는 구조다. 양치질하며 살펴보니, 송곳니와 그 뒤쪽 작은 어금니(소구치)에 살짝 검은색이 돈다. 이빨에 균열만 생긴 것인지, 신경까지 다친 것인지는 아직 구분하기 어렵다.
치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수의사이기도 한 조희진 원장(서울 청담리덴동물치과병원)에게 강아지 고양이에게 잘 생기면서 관리를 까다로운 ‘치아 파절’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 주>
요즘 보호자들은 아이들 이빨에도 관심이 많다.
플라그나 치석이 잇몸 건강에 안 좋다는 게 많이 알려져서인지 양치질에 신경 쓰는 보호자들이 늘었다. 게다가 노령견 노령묘 비율이 높아지며 치주염 등 치과 질환 앓는 아이들도 참 많아졌다. 나이 들수록 많이 생기는 병이다. 반면, 어릴수록 많이 생기는 것은 ‘치아 파절’(abfraction, 齒牙破節)이다.
이빨이 깨진 것, 그걸 말하는가?
그렇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 있는 상태다. 어린 강아지 고양이일수록 치아 법랑질이나 상아질이 아직 두껍게 자라지 않았건만 부드러운 것, 딱딱한 것 가리지 않고 깨물고 또 삼키려 들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엔 보호자가 준 얼음을 씹어 먹을 때도 많이 다친다.
치아 파절, 얼마나 많이 걸리는가?
실제로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49.6%가 파절된 치아를 가지고 있다. 2마리 중 거의 1마리 다. 법랑질이 깨졌거나, 그 안쪽 상아질이 다친 것. 게다가 전체 강아지 10%정도는 신경이 노출된 파절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아 깨지면 물 마실 때도 이가 시리지 않나?
사람은 금방 알아차린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강아지 고양이는 아픈 티를 잘 안 낸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신경까지 드러난 경우라면 시큰시큰하고, 살살 아리는 통증도 있을 텐데…
보호자들이 이를 찾아내려면?
매일 양치질을 해주며 잘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다. 강아지의 경우, 가장 많이 깨지는 치아는 위턱 앞니(6개)와 송곳니 뒤쪽 어금니(제4소구치)다. 위턱 치아 중에선 가장 큰 어금니다. 반면, 고양이는 송곳니들에 파절이 잘 생긴다.
아이들 행동 보고도 알 수 있다. 평소엔 잘 먹던 딱딱한 음식을 주저하든지, 사료를 한쪽으로만 씹거나 자주 떨어뜨린다든지… 음식물 씹는데 불편해서 그렇다. 또 침을 자주 흘리거나, 입 주변을 발로 자주 긁기도 한다. 평소와 달리 얼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좀 지나면 치아가 누렇게 또는 검게 변색되는 경우가 있다. 치아 내부에서 신경과 혈관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방치하면 치아 뿌리까지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염증이 번져 눈 아래에 고름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선 어떻게 진단하고 또 치료하는가?
우선 엑스레이 등 방사선을 찍어 파절의 양과 범위를 확인한 다음 치료법을 결정한다. 신경이 노출되지 않고 법랑질과 상아질 정도에 한정된 경우라면 레진으로 깨진 부분을 메운다.
하지만 신경까지 노출된 경우라며 신경 치료와 발치를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은 이런 경우, 가능하면 치아 살리는 쪽으로 가는데…
맞다. 사람 치과 쪽은 그런 흐름이 분명하다. 동물 쪽도 최근엔 영구치를 살리는 쪽으로 더 노력한다. 특히 송곳니나 어금니 등 먹는 것과 관련이 높은 중요 치아는 더 그렇다. 최근엔 앞니도 마찬가지다. 미관상 보기 싫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특별히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행히도 최근 강아지 고양이의 신경치료 성공률은 매우 높다. 다만, 신경치료를 하더라도 치아를 오래 쓰지 못할 정도로 치주염이 심하거나 치아 뿌리에까지 파절 라인이 있는 경우 등엔 발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치과 쪽만 전문으로 보는, 일종의 전문병원이니 케이스가 다양하겠다.
진료가 있는 날은 무조건 파절 환자가 1마리 이상은 있다고 봐야 한다. 개원하고 1천마리 이상 본 것 같다. 치아가 아파 통증을 호소하던 아이들도 수술 직후 바로 개선이 되는 만큼 보호자 만족도가 높은 치료다.
보호자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한번 부서진 치아는 100% 회복이란 없다. 당장은 잘 나았다 해도 6개월 단위로 계속 체크해봐야 한다. 문제는 그럴 때도 반드시 마취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전신마취다. 부분마취만 해도 되는 사람 치료와는 거기서부터 다르다. 이런 때, 전신 마취에 대한 부담이 커서 그런지 보호자들이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는 것 같다”며 시치미 떼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수의사도 정기적인 관찰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조희진 수의사는
수의사 면허와 치과의사 면허를 함께 갖고 있는 복수면허 보유자다. 수의대를 나와선 치대를 또 다닌 셈이다. 치과학 석사와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자격도 땄다.
그런데, 사람 진료보다는 동물 진료를 선택했다. 수의사로 돌아간 셈이다. “사람 치의학이 동물의 희생으로 발전되어 온 만큼, 이제 그 발전의 혜택을 동물들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룩셈부르크, 스웨덴, 이탈리아에선 유럽의 수의치과 전문과정을, 미국 샌디에이고에선 미국의 수의치과 전문과정도 거쳤다. 지난 2019년 개원해 임상 진료를 본격 시작한 데 이어, 현재 전남대에서 수의학 박사과정(외과/치과)도 추가로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