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Plasma) 기술을 이용해 강아지 고양이 피부병을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기가 나온다.
오존 발생 등 플라즈마 부작용들을 해결한데다, 온열(溫熱)효과를 내는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와 융합, 반려동물 통증치료와 재활치료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복합 치료기.
현재 동물병원 임상에서 쓰고 있는 레이저, 초음파, 고주파 치료기에 강력한 대체재가 등장하는 셈이다.
9일 국내 수의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품허가’를 받은 ‘동물용’ 플라즈마 치료기가 오는 7월 본격 출시된다. 그동안은 서울대와 경상국립대 동물병원을 비롯한 국내 유력 동물병원들에서 최종적인 현장 테스트를 해왔다.
사실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병은 피부병.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8년, 동물병원 전자차트를 이용해 반려동물 내원(來院) 이유를 분석해 조사해보니, 피부염과 습진이 6.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외이염(6.3%), 설사(5.2%), 구토(5.0%).
재밌는 것은 그 아래에 있는 말라세치아감염(2.3%), 소양증(가려움증, 2.1%), 곰팡이성피부염(1.9%), 농피증(고름, 1.1%)까지 합하면 피부관련 질환은 13.8%나 된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강아지 고양이 피부병은 늘 성가신 존재다.
㈜이온메디칼(대표 이광호, 이근호)이 개발해온 ‘테리온'(Therion)도 그런 피부 질환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투자(2020년)를 한 것도, 중소기업벤처부가 R&D 지원프로그램 팁스(TIPS, 2021년)에 선정한 것도 그런 잠재력 때문.
그 사이 우리나라 KC(2021년)는 물론 미국 FCC(2021년), 유럽 CE(2022년) 등의 기술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 특허(2021년)도 등록했다.
(주)이온메디칼 ‘테리온’…전세계 기술인증에 올 2월 검역본부 ‘제품허가’ 받아
지금은 마이크로웨이브(micro wave)까지 융합, 몸의 염증 치료는 물론 통증 재활치료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발치 후 소독, 구내염 등 치과 치료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정도로 나아갔다.
플라즈마 발생 밀도가 월등히 높은데다, 마이크로웨이브가 피부 아래 심층구조에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람 피부관리실에서 쓰는 일반 플라즈마와는 확연히 다른 치료기인 셈이다.
미국, 중국 특허도 출원했다. 올해초엔 미국 CES 전시회에 나가 시장 조사를 하는 등 올 하반기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사전 준비도 해왔다.
이근호 대표는 “테리온은 동물의 감염성 피부치료, 상처치료 외에 통증 및 재활 치료에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기”라며 “플라즈마 특징과 마이크로웨이브 특징을 융합한 치료 기술로 이를 임상에까지 적용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 했다.
하지만, 플라즈마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치료법은 아니다. 10여년 전 잠깐 출현했었으나,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오존 발생 등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일었던 아이템.
그렇다면 그 때와 지금, 플라즈마 치료는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그래서 8일 이온메디칼(경기도 성남시)로 이근호 대표<사진>를 찾아갔다.
사실 그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플라즈마 전문가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응용물리학 박사로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원을 거쳐 우리나라 고등기술연구원에서 플라즈마센터장을 지냈다. 지난 2002년 정부가 지정한 ‘저온 및 상압(대기압) 플라즈마 표면처리기술’ 연구과제 책임자이기도 했다.
이후 그 기술로 산업용 플라즈마 전문업체 ㈜PSM을 창업,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반려동물 시장에 특화해 지난 2020년 추가 설립한 ㈜이온메디칼에선 CEO와 CTO를 겸하고 있다.
이근호-백승준-황철용 등 플라즈마 전문가와 수의임상 전문가 합작품
그가 질환 치료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착안한 것은 꽤 오래 됐다. 15년이 넘는다.
그러다 미국에서부터 동물 암 치료 연구를 같이 하던 백승준 박사<사진 왼쪽>가 서울대 수의대 교수(세포생물학)로 부임해온 것이 촉발제가 됐다. 백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대 유전학 박사로 플라즈마를 활용한 암세포 억제, 상처 치료 및 통증 완화 효과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
여기에 우리나라 수의피부학 권위자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사진 오른쪽>까지 가세하며 국내 최강의 라인업이 만들어졌다.
다음은 이근호 대표와의 일문 일답.
테리온은 동물 피부를 어떻게 치료하나?
독창적인 스트리머 타입 플라즈마 발생기술로 고밀도의 ROS(Reactive Oxygen Species)와 RNS (Reactive Nitrogen Species)를 생성시킨다. 이들 입자들이 피부에 도달하면 다양한 병원균 사멸 효과와 세포 재생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마이크로웨이브를 융합했다고 했는데.
마이크로웨이브는 피하 조직에서 수분과의 커플링 효과가 일어나며 온도가 상승한다. 기존의 레이저, 초음파, 고주파 치료기술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온도 상승이 이뤄져 근육이완 효과, 혈액 환 개선, 항 염증 효과가 발현된다. 재활 및 통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란 건 그런 의미다.
10여년 전에도 플라즈마는 나왔었다. 그때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떻게 해결했다는 것인가?
그 때의 플라즈마는 100~200W급 이상의 고주파 파워를 이용했다. 그래서 오존 발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또 피부에 과도한 열을 주입하는 등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다. 1억원대의 고가 장비여서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하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테리온은 30W 정도의 약한 전압으로도 플라즈마 발생이 가능하다. 열도 40~45℃ 정도여서 피부에 고열로 인한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존 발생이 거의 없는 Ozon Free 장비이기도 하다. 가격도 7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테리온’이 글로벌 최초의 복합 치료기라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펫 선진국이라 할 미국, 독일 등에도 플라즈마 치료기는 있다. 상당한 수준에 가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 모두 피부 치료만 가능한 장치다. 마이크로웨이브 기능을 더해 피하 심층조직까지 치료할 수 있는 복합 치료기는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