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높은 건물에서 떨어진 고양이 어떻게 되냐고 수의사에

높은 건물에서 떨어진 고양이 어떻게 되냐고 수의사에

“63빌딩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십 수 년 전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한 고양이 전문 수의사의 대답은 당연 ‘No’다. 고양이가 균형 감각이 뛰어나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기 때문이다.

국내 애묘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동시에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고 키우다 사고가 벌어지는 일도 증가 추세다. 

지난 4일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이자 김지헌 24시 잠실ON동물의료센터(잠실온) 대표원장과의 인터뷰에서 고양이에게 어떤 사고가 문제 되는지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벳아너스 회원 동물병원인 잠실온동물병원은 고양이친화 병원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김지헌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낙상 사고 많아…고양이 백혈병 조심해야”

“고양이가 균형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척추동물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당연히 죽죠.”

인터넷에 ‘고양이가 63빌딩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꽤 있다는 기자의 얘기에 김 원장은 “큰일 날 소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상에서 2.5미터만 넘어도 고양이가 떨어지면 다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문을 여는 집이 많아져 낙상 사고로 입원하는 고양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양이들은 특성상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길고양이는 나무, 담장 등에 올라가고 집고양이는 캣타워, 창틀 등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는 경우가 많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만큼 사고 위험도 크다. 뛰어내리다가 바닥에 턱을 부딪혀서 골절되거나 장애물로 인해 눈이 찢기는 등 다치기도 한다.

김지헌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 © 뉴스1 최서윤 기자

김 원장은 “환기를 하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방묘창이 없거나 방충망이 찢어져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며 “새와 나비, 벌 등을 본 고양이들이 창틀에서 움직이다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창문을 열어둘 때는 고양이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격리하거나 방묘창 설치, 방충망 점검이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조언했다. 그는 또한 자유롭게 밖을 드나드는 외출냥이의 경우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문 열 땐 방묘창 방충망 점검 필수…산책냥이는 로드킬 많이 당해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의 경우 교통사고(로드킬)를 당할 확률이 높다. 사고로 죽으면 장기가 파열되고 피가 난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람이 학대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고양이들이 외출했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을 찾아오지 못해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들이 나갔다 들어오면 몸에 진드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반려견의 경우 산책 시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보호자들이 예방을 한다. 반려묘의 경우도 외출냥이라면 진드기 예방이 필수다.

김 원장은 “외출했다 돌아온 고양이는 귀 진드기가 많다”며 “외부에서 무언가 먹을 가능성이 있으니 내외부 기생충 관리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염성이 높은 고양이 백혈병도 문제다.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영역동물이다.(영역을 벗어나면 못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역 내에서 다른 고양이와 싸우다 물리면 타액을 통해 이 병에 감염될 수 있다.

김 원장은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빈혈 증상을 보이게 된다”며 “귀나 잇몸, 점막이 창백하고 힘이 없으면 질병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감염되기 전 예방 백신을 맞아두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양이 범백(범백혈구 감소증), 감염증상부 호흡기감염증(허피스), 칼리시 바이러스도 주의해야 할 전염병이다.

그는 “요즘 일교차가 심하니까 고양이들도 허피스 등에 많이 걸린다”며 “콧물 등 증상이 나타나는 허피스는 전염병이니만큼 다묘 가정의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 심장병 위험, 생후 6개월에도 발병”

김지헌 원장은 고양이들에게 소리 없이 찾아오는 심장병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고양이 심장병이 의외로 많다. 보통 개들은 8살 이상 노령견들에게서 심장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며 “반면 고양이들은 유전병이 많아서 생후 6~7개월에도 심장병 말기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양이들은 1살부터 심전도와 키트 검사,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심장병 검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고양이 보호자들이 한 달에 2번 체중을 재보고 호흡 수도 1분에 14~25를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장사상충 예방도 언급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에게 물려 걸리는 질병이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집고양이들은 밖에 잘 나가지 않기 때문에 모기에게 물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하지만 집안에 모기가 있거나 병원 등을 가기 위해 외출했다가 모기한테 물리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개들은 심장사상충 치료제가 있다”며 “고양이들은 걸릴 확률이 낮지만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들이 화초를 잘못 먹고 죽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예쁜 꽃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독초인 식물들도 있어서다.

사람에겐 예쁜 꽃, 고양이에겐 독초… 튤립, 카네이션 등 백합류 조심

그는 “튤립, 카네이션 등 백합류의 식물을 잘못 먹고 신장이 망가져서 병원 신세를 지는 고양이들도 있다”며 “고양이들이 먹으면 위험한 식물들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들의 사고 방지와 질병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예전에 한 캣맘이 화상 입은 길고양이를 데려와 치료를 부탁한 적이 있다”며 “치료를 제때 안 하면 상처 부위가 커지는데 치료를 다해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를 치료하면서 정이 들어 병원에서 6년을 키웠다. 아팠던 고양이들도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하면서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며 웃었다. (서울=뉴스1)

비마이펫배너광고

이 콘텐츠를 추천하시겠습니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