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배리 수의사

미용사가 비숑 아기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원장님, 이 아이는 부분 미용 왔는데 귀가 안 좋아요. 그런데 너무 움직여서 귀털 뽑는 것도 힘들 정도네요.
그렇군, 알았어요. 보호자 내원 시 치료받도록 해야겠네.
여러 차례 저항하는 해피의 외침으로 병원은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해피의 보호자가 한 시간 후에 내원했다.
해피가 집에서는 어떤가요? 행동하는 거라든가 대소변 등이요.
네, 강아지는 처음 키우는데 별나서 계속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돼요.
그랬군요. 안그래도 미용하는데 저항이 너무 심하고 귀에 외이염이 있다고 얘기 들었어요. 해피는 본원에서 진행 중인 ‘사춘기클리닉’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사춘기클리닉이란 것도 있나요?
네, 제가 만든 클리닉인데 어릴 적 습관이 평생을 좌우하거든요. 어릴 적 습관 형성이 매우 중요해요. 일단 3개월 과정을 해보면 되겠네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되나요?
일주일에 한번씩 내원해서 또래 아이들과 사회성이 생기도록 해요. 놀이와 마사지, 반신욕 그리고 성장과 피모에 도움이 되는 특수 주사도 투여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줘야 하는 목욕도 포함되니 참고하시고요.
제가 바빠서 관리가 어려운데 잘 되었네요.
그날은 해피가 처음 내원한 날인데도 보호자는 해피의 관리가 어려운 이유로 바로 ‘사춘기클리닉’에 가입했다.
해피는 모범생이다. 아니 해피의 보호자가 모범 학부형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마사지는 원장이 직접 한다. 처음 마사지하는데 해피는 어리둥절해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5분이 지나서는 벌써 적응을 한다. 얼굴을 마사지할 때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두세 번째 왔을 때는 고개를 들어 마사지받는 자세를 스스로 취하고 기다린다.
물론 두세 번까지는 또래의 아이들과 노는 부분에서는 도망 다니기 일쑤였다. 그 이후로는 자신이 먼저 친구를 공격하듯 몰아붙이기도 했다.
원장은 동영상을 촬영한다. 변화해가는 사회성과 마사지와 반신욕 시 즐기는 해피에 모습이 흐뭇하기에! 그리고 동영상을 보호자에게 보여준다.
호전되어 가는 해피의 성격에 대만족 하던 원장에게 해피의 여덟 번째 방문은 25년 경력의 수의사인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원장은 이 아이가 6개월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미소를 띠며 전화기를 든다.

해피 보호자님, 오늘 해피가 전과 달리 어수선하고 해서 관찰을 해보았는데, 마침 性성숙이 되는 과정에서 다리를 들고 오줌을 싼다든가 대든다든가 하는 행동이 있네요. 오늘 중성화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그래서 그랬나봐요. 해피가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좀 행동이 이상해서 걱정했거든요.
성성숙 기간의 수컷은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습관이 생긴다. 몇 개월 후에 중성화수술을 해도 머리와 다리에 각인이 되면, 그 습관이 없어지지 않는다.
다음 내원 시 다행히도 해피가 그 전처럼 마사지, 반신욕, 아이들과 노는 것이 호전된 것을 보면서, 적절한 때에 중성화수술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이젠 자신보다 더 크고 나이도 많은 아이에게 덤벼들어 노는 방법을 익힌 것 등 완전한 사회화에 다가서고 있다.
반려인도 맞는 수의사가 있는가 보다. 단골고객이라도 결정하기 힘든 부분에서 첫 내원 시 가입비용도 만만치 않은 ‘사춘기클리닉’에 가입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동이 호전되어 가는 해피를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이 공립초등학교라고 하면, 본원에서 진행하는 ‘사춘기클리닉’은 일종의 맨투맨식 과외인 셈이다.
질병이 오는 것과 이상행동을 보이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김배리동물클리닉’의 장점이다. 나는 이러한 진료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보다 오래 살고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수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프지 않은 대신 매년 예방접종, 필요시 종합검진, 아프지는 않지만 더 행복하게 하는 ‘행복클리닉’의 가입을 권하는 나는 여러모로 선각자, 선구자가 아닐까. 하지만 수백조 원의 ‘한국반려동물신사업’이란 타이틀에서는 좀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우려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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