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로부터 전파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위기경보가 지난 2019년 9월 ‘심각’으로 격상된 후 3년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수급 불안에 따른 생활 물가 상승은 물론 축산농가와 방역 일선의 피로감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의 ASF 상황은 시기에 따라 변화되고 있는데, 정작 정부의 위기 경보는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4일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회장 조영광)에 따르면 ASF는 과거 아프리카에서 1920년대부터 발생했지만, 지금은 일부 사하라 남부 지역에서만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또 유럽, 남아메리카 등에도 대부분 근절이 되었다. 해외 사례로 볼 때 ASF가 근절되는 데는 약 3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즉, ASF가 단기간에 근절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최상급 ‘심각’ 경보만 3년째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가축방역 업무를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들은 이를 ‘탁상행정’이라 지적했다. “현행 ASF 위기 경보 단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바뀌었지만 공무원들의 탁상 행정은 지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대공수협은 이에 따라 “미발생 지역 양돈 농장에서 ASF가 발생할 경우에만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야생 동물(멧돼지)은 환경부에서, 가축의 경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할하다 보니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도 현재의 동물질병 방역시스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9년 ASF 초기 발생 당시에도 광역 울타리 설치 등 초기 대응을 하는 데에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공수협은 이에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 인수공통감염병까지 아우를 수 있는 동물 질병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하다”면서 공중방역수의사의 ‘방역활동장려금’ 현실화 등 합당한 보상도 함께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