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료를 만들 때 트렌드만 따라가면 안 됩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김종복 한국펫사료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1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사료 업체들의 과열된 마케팅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했다. 최근 많은 사료 업체들이 강아지, 고양이를 얘기할 때 사람과 동일시하는 펫휴머니제이션(펫휴머나이제이션)을 내세우고 있다. 사료도 사람이 먹는 것과 똑같은 ‘신선한 원료’를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김종복 회장은 왜 이런 사료 업체들의 마케팅 방식을 비판했을까.
“지나친 의인화 우려…영양 균형이 가장 중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은 467만마리로 추정된다. 이 중 강아지는 328만마리, 고양이는 139만마리다.
사료 시장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사료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트렌드 중 하나는 ‘신선한 생육’이다. 생고기를 넣은 화식과 생식이 유행한다. 뼈를 제거하고 엄선된 부위의 살코기만 쓴다는 업체들도 꽤 많다. 사람도 먹는 내장을 부산물이라고 표현하고, 뼈는 버리는 부위라고 주장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소, 돼지, 닭 등 다른 동물들의 불필요한 희생이 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법무부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 삽입을 추진했는데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해 정작 ‘다른 종의 동물들은 물건 취급당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나온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아무리 마케팅의 한 수단이지만 동물의 습성을 무시한 채 먹거리를 두고 사람과 경쟁하게 만드는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먹거리 두고 사람과 경쟁하는 건 ‘과유불급’”
강아지, 고양이의 먹거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의 균형’이다. 그런데 신선한 생고기만을 강조하다 보니 뼈와 내장 등 다른 부위는 영양가가 없고 먹지 못한다는 오해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영양 균형에 맞게 적당한 양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 영양이 과한데다 운동량도 부족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며 “사람도 좋은 재료만 먹을 수는 없지 않나. 너무 트렌드만 따라가면 식품의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펫휴머니제이션이 약간 왜곡돼 있다”며 “외국에서는 동물의 생명권, 동물권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의식주, 특히 먹는 것을 사람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들도 종마다 필요로 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며 “동물을 지나치게 의인화를 하는 것이 정말 그 동물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굿펫푸드(goood-petfood) 브랜드의 경우 프리미엄 사료를 내세우면서 다른 동물들의 복지, 지역 농가와의 상생, 친환경 포장 등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뉴질랜드의 지위픽도 육식동물의 소화계 특성에 맞는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홍보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는 육식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소와 관련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기업 윤리와 환경, 지속가능성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모두가 ‘신선한 생고기’를 내세우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것이 지속가능한 산업인지 의문이 든다”며 “식품을 평가할 때는 위생적인지, 안전한지 그리고 영양가로 평가해야 한다. 특정 부위가 더 맛있다는 식의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사료 마케팅, 과장 말고 투명해야”
반려동물 시장은 초기 투자금이 적고 1인 창업도 쉬워서 소상공인이 많이 진출한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많이 진입하고 있다. 하림펫푸드를 설립한 하림부터 KGC인삼공사 지니펫, 동원F&B, 굽네 등 식품 회사는 물론 최근엔 제약회사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광동제약, 신일제약, 일동제약, 동국제약, 종근당바이오 등 국내 대표 제약회사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발을 들였다.
김 회장은 “몇 년 전엔 식품 회사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얻을 것이 별로 없고 사업도 쉽지 않아 포기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기업들이 학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강점인 브랜드 파워는 활용하고 부족한 점은 아웃소싱해서 보충하는 등 예전하고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에는 기업들이 펫푸드를 쉽게 봤는데 이제는 준비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 밝혔다.
이어 “펫산업은 소비자가 둘이다.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어서 둘 다 맞출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대기업들이 트렌드만 따라가지 말고 지속가능성을 잘 고려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면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려동물 사료관리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사료는 소, 돼지, 닭 등 가축과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사료로 나뉜다. 사료 제조 목적이 다르지만 사료관리법상 똑같이 관리받고 있다.
김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4~5년 전 반려동물 사료관리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반려동물 사료는 소비재인데 생산재인 양축사료와 같이 관리하다 보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양축사료와 반려동물 사료는 설비 기준 다양화해야”
예를 들어 양축사료는 대부분 대량 생산하지만 반려동물 사료는 대량 뿐 아니라 가정에서 소규모로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재 획일화된 설비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면에서도 반려동물 사료는 원료명부터 기능성(처방식) 사료의 효과와 효능을 명확히 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과장 광고를 하지 않고 투명한 마케팅을 지향해야 한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그는 “사료 표시를 보면 소비자들이 알 수 없고 방식도 제조사마다 다르다”며 “원료명을 포함한 각종 표시를 소비자 친화적인 명칭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회장은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행복감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보면 사람들이나 언론에서 반려동물을 얘기할 때 학대나 이웃 갈등 등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문제를 부각한다”며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직장, 학교 등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동물에게서 위로를 얻는다”며 “이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물들과의 공존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식품 산업의 목적은 강아지,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반려동물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