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집 고양이 얼굴이 부쩍 지저분해 보인다. 입에선 침이, 코에선 콧물을 찔끔 찔끔 흘린다. 눈에서 누런 눈곱도 보인다. 털도 푸석 푸석. 날씨 덥다고 일찍 튼 에어컨 때문에 코감기 들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코감기’ 정도면 다행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만일 바이러스 감염, 특히 헤르페스(herpes)나 칼리시(calici)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고양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고양이에 많은 헤르페스 바이러스(FHV)와 칼리시 바이러스(FCV)
헤스페스 바이러스는 FHV(feline herpes virus), 칼리시 바이러스는 FCV(feline Calici virus)라고도 한다. 코감기 비슷한 증상 때문에 보호자들이 종종 혼동한다. 찜끔 찔끔 흐르는 콧물에다 누런 눈곱, 결막염. 그리고 입 안 염증이나 궤양 등.
특히 헤르페스는 기관지염과 동반할 경우엔 폐렴으로 이어진다. 고양이 전문 태능동물병원 김재영 원장은 “헤르페스 증상을 가볍게 여겨 방치할 경우,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40°C 이상 고열이 난다. 결막염과 각막염 등 눈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설사와 탈수 증상까지 보인다. 어린 고양이가 감염됐을 경우 폐사율이 75%가량. 다 자란 고양이 역시 폐사율이 50%에 이른다.
사람도 입술과 성기 주변에 작은 물집들이 촘촘히 생기면서 시작하지만, 중추 말초신경계 감염이나 면역 저하로 치명적 상황까지 연결되는 것과 비슷하다. 재발도 잘 하고, 합병증도 많다.
이와 함께 FCV, 즉 칼리시 바이러스 역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칼리시는 잇몸병(치은염)과 함께 입 주변과 입 안에 궤양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
집에만 있는 고양이도 바이러스 감염될까?
결론적으로 야외 활동이 전혀 없는 집고양이도 FHV나 FCV에 걸린다.
특히 고양이 여러 마리 키우는 집에선 한 마리만 걸려도 다른 고양이에게 옮는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 감염 고양이와의 접촉하거나 공기 중에서 옮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집사가 집 밖에서 감염 고양이와 접촉한 후 바이러스를 묻혀 와 집고양이에 옮기는 등 전염에 대한 가능성이 다양하다. 바깥 균을 묻혀 들어온 집사가 손을 씻지 않고 고양이를 만지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충현동물병원 강종일 원장은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서 6~12개월 가량 생존하다”면서 “보호자가 길고양이 배설물을 밟은 채 집에 들어올 경우, 집고양이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사전에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