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퇴근 후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던 집사는 난데없이 등장한 로봇청소기(?) 때문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고 맥주 한 캔씩 마시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던 집사 효진 씨 부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당탕 소리가 나 동시에 그곳을 쳐다보게 됐다.
소리가 난 주방 쪽에서 집사 부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닌 뒤집힌 바구니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안에는 고양이 ‘먼지’가 들어 있었다.
바구니 안에 갇혀 당황했는지 폭풍 질주를 하는 먼지. 꼬리와 앙증맞은 발만 보일 뿐 얼굴이 보이지 않아 꼭 바구니에 발이 달린 것만 같다.
결국 그렇게 먼지는 집사가 구해줄 때까지 로봇청소기처럼 온 집안을 쓸며 돌아다녔단다.
[효진 씨 : 밖에서 날아온 벌레를 잡다가 바구니에 갇힌 것 같아요. 황당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네요. 여름이라고 벌레들이 나타나니까 그렇게 뛰어다니더라고요. 그 모습이 꼭 말 같답니다.]
“말이라니! 말도 안 된다옹~ 나는 용맹한 블랙 재규어가 틀림없다옹~” |
달리는 모습이 말을 연상케 하는 에너지 넘치는 냥이 먼지는 이제 막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공장처럼 보이는 열악한 곳에서 구조된 먼지는 강아지 1마리와 고양이 2마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지내다 효진 씨 네로 오게 됐다.
[효진 씨 : 전 집사님이 끝까지 함께 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저희가 가족으로 들이게 됐어요. 처음에는 마리라고 지어주려고 했는데 보자마자 딱 먼지라는 이름이 생각나서 바꾸게 됐네요.]
“나도 먼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옹~” |
그렇게 효진 씨네 둘째 냥이가 된 먼지는 처음부터 너무 활발해서 집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 방을 해집고 다니더니 곧 안방마님 포스를 보여줬다고.
[크림이의 관찰일지] 집사가 웬 솜뭉치를 데려왔다냥. 솜뭉치는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인 줄 아는 모양이다냥. |
얌전한 첫째 냥이 ‘크림이’는 여전히 ‘얜 도대체 뭘까?’라는 표정으로 먼지를 바라본단다.
올해로 4살 추정인 크림이는 파양의 경험이 있는 냥이란다.
“지금은 행복하니까 괜찮다냥!” |
[효진 씨 : 전 집사 분이 새벽에 운다고 파양을 한 것 같더라고요. 평택에서 김제까지 가서 데리고 온 아이랍니다. 함께 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햇빛 드는 창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크림이는 이름을 부르면 쳐다도 보지 않으면서 ‘간식 줄까?’라고 물어보면 “냥”이라고 대답을 하며 달려오는 귀여운 냥이다.
“땃땃한 것이 잠이 솔솔 온다냥..” |
관찰하기가 취미라 자리를 잡고 집사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는데 최근 먼지가 온 뒤로는 동생 관찰에 여념이 없다.
회사 일로 힘들어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먼저 다가와 옆에 있어준다는 냥이들.
[크림이의 관찰일지] 솜뭉치가 좀 더 커졌다냥. 내가 언제나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다냥. |
말로 해주는 위로는 아니지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효진 씨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효진 씨 : 그래서 제가 더 냥이들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됩니다. 애들은 저를 귀찮아하지만요.]
“우리 가족 언제나 행복하자옹!” |
냥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효진 씨는 “크림아, 먼지야. 너희 꼭 20살 넘어서 대학까지 가자”라며 “그러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옆에 있어줘”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