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소에서 만난 반려동물들. 2014년 촬영 |
[노트펫] 선행학습은 정규 교육과정의 진도보다 앞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선행학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선행학습이 과도한 사교육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은 마치 뒤처진 학생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 부담, 학생들에게는 과도한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선행학습이 늘 부정적이지는 않다. 특별한 케이스의 경우, 선행학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생각하면 선행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분야에서의 선행학습은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동물유기나 파양(罷養)을 예방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밥만 주면 개나 고양이는 잘 자란다는 생각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론가들의 공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반려동물과의 달콤한 삶은 주인의 각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원래 인생은 힘들고 고달프다. 하지만 그나마 인생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 덕분이다. 인간의 노력이 인생에 가미되어야 비로소 달콤한 인생이 가능한 것이다. 누구나 힘들었던 고3 시절, 취직준비생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만약 비글이라는 품종의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경우, 비글이 어떤 특징을 가진 동물인지 공부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최적의 개나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 촬영 |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삶이라는 명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예비주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각별한 인내가 결합된 노력이다. 반려동물 양육이 힘든 이유는 반려동물에 대한 선행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인이 무지(無知)하니 동물은 물론 사람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키우고 싶은 동물에 대한 철저한 학습이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그 어느 복잡한 전자제품을 집에 들이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함수를 푸는 것이다. 최신형 전자제품을 익히는 것을 일차함수라고 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최소 삼차함수 이상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선행학습에 가장 쉽고 좋은 길은 독서다. 개나 고양이의 생물학적 특성, 사료, 훈련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통독하는 게 바람직하다. 준비가 철저할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준다. 품종묘(品種猫)나 품종견(品種犬)을 희망한다면 그 분야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보충하는 일도 필요하다. 펫숍에서 설명하는 짧은 설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충분한 학습은 그런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앞서 필요한 자세로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버리는 것도 있다. 철저한 준비만이 동물은 물론 주인까지 행복해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한 선행학습은 아무리 많이 해도 해롭지 않다. 예비 주인이 개나 고양이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그 반려동물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