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감각기관(sensory organ)은 주변의 자극을 수집하여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주변환경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data)를 수집하고 이를 중앙처리장치(CPU, Central Processing Unit)에 해당되는 뇌로 전달하는 기관이다.
인간은 세상을 눈을 통해 인식한다. 특히 양호한 주간시력(晝間視力)을 많이 활용한다. 그런데 밤이 되면 장점인 주간시력 활용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극복한다. 실내외에 인공조명을 설치해서 밤을 낮처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낮과 밤 모두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다, 전천후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시력에 의존하여 여러 상황을 판단하는 인간과 달리 다수의 동물들은 여러 감각기관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며 세상의 흐름을 잃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후각이다. 인간에게 후각은 시각을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후각에 시각과 청각 등이 결합하기도 한다.
인간의 시각 의존도는 요리를 할 때도 드러난다. 음식을 만들 때도 첫째가 보기 좋은 것, 둘째가 좋은 냄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요리를 할 때는 시각보다 후각이 중요하다. 그게 맛있는 요리의 지름길이다. 요리의 맛은 눈보다 코가 더 잘 안다.
지난 수 만년 동안 인간의 친구로 세상을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의 역사에서도 인간의 시각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현존하는 수많은 개나 고양이의 품종들은 인간의 심미안(審美眼)과 관계 깊다. 아름다움이 다른 그 어떤 관점보다 우위에 있는 품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시각만이 반려동물 역사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비록 시각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후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인간과 고양이의 동행. 2012년 8월 촬영 |
구석기시대 인류는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는 단순한 경제생활을 했다. 하지만 환경이 농사를 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자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농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농사를 통해 거둔 수확은 잉여농산물을 파생시켰고 이는 불쾌한 손님 설치류 즉, 쥐의 침입을 초래했다,
작은 체구의 쥐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물리치기 어려운 존재다. 그때 등장한 동물들이 있었다. 쥐의 천적인 고양이와 족제비들이다. 족제비도 고양이 못지않게 설치류 사냥에 탁월하다. 그래서 족제비가 많은 서식하는 야생에서는 설치류가 번창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인간의 세계에서 쥐를 잡는 사냥꾼을 결정하는 문제는 그리 오래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족제비는 후각이 예민하지 않은 인간들의 코를 적지 않게 괴롭혔기 때문이다. 대신 고양이는 인간의 코에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았다.
족제비의 일종인 검은발페릿(Black footed ferret)이 프레리도그(Prairie dog)를 사냥하고 있다. 텍사스 XIT 박물관, 2018년 5월 촬영 |
고양이가 인간의 세상에서 흥하고 족제비가 망한 것은 후각 감지기관인 코가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그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각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각도 고양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고양이의 아름다움은 족제비를 압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코가 이끌어주고 눈이 밀어준 고양이가 인간의 선택을 받게 됐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