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아르핀 요한센(Arnfinn Johansen)은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을 관찰하던 중 마라 강가에 모인 5마리의 치타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치타들은 강가 주위를 한참 동안 돌아다니다 한 지점에 멈춰 서더니 한 마리씩 강가로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영리하군요. 강을 건너기 위해 폭이 가장 짧은 지점에 뛰어들었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르핀 요한센 씨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강에는 악어들이 득실거립니다.”
아르핀 요한센 씨가 이토록 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며칠 전, 그는 치타 한 마리가 강을 건너다 악어들에게 잡아먹히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었죠.
“어디선가 악어들이 분명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아르핀 요한센 씨의 손이 땀으로 금방 축축해졌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강을 건너고 있는 평화로운 치타 가족의 모습이었지만, 언제 갑자기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 죽음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몇 시간 같던 십수 초가 흐르고, 5마리의 치타 모두가 무사히 강 반대편에 다다랐습니다.
아르핀 요한센 씨가 긴장으로 젖은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이런데, 죽음의 공포를 떠안고 강을 직접 건너는 치타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치타들의 얼굴 좀 보세요. 얼굴이 공포로 질려있어요.”
“자연 속 야생동물들은 포식자와 피식자 가릴 것 없이 모두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죽음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걸 보면 많은 걸 깨달아요.”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하면 결국 그대로 굶어 죽을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고 도전할 수밖에 없어요. 자연에서는 그 대가가 죽음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