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주인이 없는 거리의 고양이들을 길고양이라고 한다. 그 말에는 어떤 감정이나 애정이 담겨져 있지 않다. 주인이 없는 한국의 고양이들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거리에서 산다. 그래서 길고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다.
영어에서 스트레이(stray)라는 단어는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경우나, 자기도 모르게 자기 위치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사용하는 동사다. 그런데 스트레이가 동사가 아닌 형용사로 사용되면 그 뜻이 달라진다. 특히 스트레이가 고양이나 개 앞에 붙으면 주인 없는 동물이 된다.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들은 길고양이를 스트레이 캣(stray cat), 유기견을 스트레이 도그(stray dog)라고 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떠돌이 고양이, 유랑 고양이 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이 캣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고양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고양이들은 집고양이(house cat)와 길고양이라는 양대 분류법에 반드시 포함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고양이들을 그렇게 분류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과 같이 사는 집고양이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을 하나의 그룹이 아닌 두 그룹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길고양이들은 전직 집고양이와 태어날 때부터 거리의 고양이로 나뉘게 된다. 전직 집고양이들은 태어날 때는 집고양이였지만 고양이가 사람의 집을 탈출하여 자발적으로 거리의 고양이가 되었거나 아니면 주인에 의해 고의로 유기된 고양이들이다.
두 부류의 고양이들은 현재는 거리의 고양이이며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같지만 출신 성분은 서로 다르다. 미국 고양이 전문가들은 전자(前者)의 고양이는 스트레이 캣, 후자(後者)의 고양이는 페럴 캣(feral cat)이라고 한다.
필자의 집 뒷마당에서 늘어지게 자던 길고양이. 이런 고양이의 외모를 보고 페럴 캣인지 스트레이 캣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2017년 8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촬영 |
페럴이라는 단어는 야생(野生)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페럴이 의미하는 야생과 와일드(wild)가 의미하는 야생은 차이가 있다. 와일드는 와일드 애니멀(wild animal)이라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애당초 사람의 손에 길이 들린 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사자, 호랑이, 늑대 같은 동물들이다. 하지만 페럴이라는 말이 붙은 동물들은 원래는 사람과 함께 살던 가축이었지만 나중에 사람의 품을 벗어나서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여 야생동물이 된 것들이다.
대항해시대 당시 스페인계 이주민들은 대량의 말을 배에 싣고 북미 대륙으로 건너갔다. 이들 중 상당수는 후일 북미 초원으로 달아나서 야생말이 되었다. 이런 머스탱(mustang)과 같은 야생마가 있다면 그런 동물들 앞에는 페럴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페럴 캣이나 페럴 도그는 사람의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의 손길에도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일부 고양이 전문가들은 페럴 캣은 스트레이 캣보다 경계심이 강하고 독립적이어서 만약 입양되어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되면, 집고양이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맞을 수도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건 고양이마다 모두 다른 것 같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가 맞는 것 같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고양이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온 고양이들의 후손들이다. 그렇기에 비록 1~2 대(代) 정도 페럴 캣으로 살고 있다고 해서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전해지는 지난 수천 년 간의 역사와 경험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