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이 상상보다 더욱 잔혹하기 마련이다.
지난 25일, 반려견과의 신체 접촉으로 인해 독일의 63세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반려견이 입으로 얼굴을 핥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감기 증상을 느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치료실에서 치료까지 받았으나, 끝내 내장 기능 상실로 사망에 이른 것. 사랑스런 반려견과의 키스가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마셔버린 셈이다.
진료했던 의사 소견에 따른 발병 원인은 바로 캡노사이토퍼거 캐니모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라는 희귀 박테리아. 이 박테리아는 개나 고양이의 입에 존재하는 세균. 동물에게는 무해하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상처 부위가 썩어 들어가 최악의 경우 수술로 절단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뉴욕포스트
동물 타액에서 나온 희귀 박테리아가 사람을 죽음에까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타액에 존재하는 이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 동물에게 물리거나 상처 부위에 동물 타액이 들어가는 경우 뿐. 이번 사고는 후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증상이 나타나다가 나중에는 심각한 염증(sepsis)과 전격자색반병(purpura fulminans)으로 번질 수 있다. ( * 전격자색반병은 갑자기 열이 나고 쇼크가 발생하며, 하체에 출혈이 생겨 피부가 썩는 병.- 편집자주)
유럽 임상미생물학·전염병 저널에 따르면 2015년까지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례는 모두 합해봐야 500건이 채 안 될 만큼 드물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수의과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의 스티븐 콜 박사(Dr. Stephen Cole)는 “운 나쁜 소수의 환자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CNN
실제로 작년 9월 미국 위스콘신주 한 남성은 손과 발을 잃었고(위쪽 사진), 올해 5월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여성은 손과 다리를 잃었다(아래 사진).
일반적으로 개의 침 속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 캄필로박터, 설사 증세를 보이는 원생동물 지아르디아, 티푸스와 급성위장염의 원인인 살모넬라균 등이 있고, 상처에 개의 침이 닿으면 수막염에 걸릴 수도 있다.
특히 개의 침 속에 있는 병원균 캡노사이토퍼거 캐니모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와 파스튜렐라 멀토시다(Pasteurella multocida)가 상처나 혈류에 들어가면, 신체 일부를 절단하거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어 그 때는 치명적이 된다.
건강한 사람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5세 이하 영·유아나 65세 이상 노인은 면역력이 약해 개와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린다. 당뇨병과 암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또 반려견과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개가 물고 온 공을 만진 손으로 당신의 상처를 만지면 세균에 감염될 것이기 때문.
한편 국내엔 이 박테리아로 사망까지 이른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