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즈 아빠입니다. 오늘은 좀 색다른 주제로 독자분들께 다가가려고 하는데요. 바로 ‘앵무새 수칙’입니다.
<설명=앵무새, 출처=게티이미지>
앵무새 수칙(A Parrot Rules)
‘A Bird’s Rules’(조류 수칙) 또는‘A Parrot Rules’(앵무새 수칙)로 불리는 일종의 메뉴얼입니다.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이 수칙은 외국에서 처음 유래됐는데, 정확히 누가 처음 만들어서 퍼뜨렸는지 확인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하지만, 새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하기에,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국내 애조인(愛鳥人)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치즈를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앵무새 수칙을 소개하고, 과연 치즈를 키우면서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었는지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앵무새 수칙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poached/4759824662)
위 사진은 ‘A Bird’s Rules’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사진을 가져온 것입니다. 엇!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사진에서도 보이듯 분명 제목은 ‘A Bird’s Rules’이지만 주변의 그림은 모두 앵무새입니다. 제 의견을 살짝 보태자면, 원래는 ‘조류 수칙’이 맞지만, 조류 중에 앵무새만큼 사람과 교감이 잘 되는 종이 없기에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들끼리 ‘앵무새 수칙’이라고 용어를 붙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쉬운 영어로 쓰였지만, 독자분들이 최대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로 옮겨보겠습니다.
<‘앵무새 수칙’의 우리말 버전>
1.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2. 내 손에 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3. 내 부리 안에 있는 것은 내 것이다.
4. 내가 당신에게서 뺏어올 수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5. 내가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6. 내 것은 절대 당신 것이 될 수 없다.
7. 내가 씹고 있는 게 있다면, 마지막 조각까지 다 내 것이다.
8. 내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9. 내가 먼저 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10. 당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바다에 내려놓는다면, 그것은 자연스레 내 것이 된다.
<번역: 에디터 본인>
지금까지의 귀여움은 페이크? 치즈는 욕심쟁이
이 수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결국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기 소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욕심을 부려도 유분수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욕심쟁이 심보를 드러낼 때가 많은 동물이 바로 앵무새입니다. 그렇다면 치즈는 어떨까요? 치즈도 똑같습니다.
설명=아빠 서재에 자리 잡은 후 가차 없이 주인을 내쫓은 치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요. 연재 초반에 치즈가 어떤‘종(species)’에 속한다고 말씀드렸는지 기억하는 독자분들 계시나요? 그렇죠! 바로 퀘이커(Quaker)입니다. 앵무새 중에서는 특이하게 나뭇가지로 집을 만들어 생활하는 ‘퀘이커’라는 종은 공간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심한데, 치즈 역시 예외는 아니더라고요. 저 위에 4번 수칙(내가 당신에게서 뺏어올 수 있다면, 그것은 내 거다) 보이시죠?
설명= 뺏은 공간에서 늠름한 자태로 원래 주인을 바라보는 치즈
사진에서 보듯, 치즈 역시 어느 순간 서재 책꽂이의 한 공간을 발견하고 단번에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치즈에게 서재를 빼앗긴 지 벌써 반년 이상이 흘렀지만, 저는 아직도 서재를 탈환하지 못한 채 거실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바로 위 사진은 치즈에게 서재를 뺏긴 이후로 치즈가 혹시 추울까 봐 전기매트와 담요를 깔아 준 모습입니다. 집사의 세심함을 치즈는 알지 모르겠네요.
설명=몰래 서재를 훔쳐보려고 했는데 낌새를 눈치채고 감시체제에 돌입한 치즈
치즈는 눈치도 빠르고 욕심도 많지만 애교도 많다
간혹 치즈의 공간을 청소해주기 위해, 혹은 제가 읽을 책을 꺼내기 위해 서재에 들어가는 것이 발각되면, 돼지 멱따는 소리로 ‘꽥!!꽥!!!꽤~~~액!!!!’하는 경우가 있어서 서재에 들어가는 데 치즈 눈치를 볼 때도 많을 정도입니다. 결국, 서재에 있는 책도 자기 것이라는 거죠. 평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즈는 엄마 머리핀을 가지고 노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가끔 뜯지 못하게 말리면 왜 자기 것을 뺏어가냐는 식으로 소리를 지르는데, 그럴 때면 원래 소유주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랍니다.
앵무새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 동물인지 독자분들도 아셨나요? 이런 부분 때문에 때로는 화도 나고, 짜증이 살짝 밀려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귀여움에 사르르 녹아내리곤 화내는 것도 잊어버리곤 하죠. 앵무새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앵무새의 또 다른 매력이 모든 것을 상쇄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권윤택 에디터 (이메일 passion83k@gmail.com 인스타그램 @oscariana_1)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졸저만 두 권 출간한 채 평범한 연구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에메랄드 빛깔의 작은 앵무새 ‘치즈’를 키우게 된 이후로 길바닥의 참새, 비둘기마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감수성 높은 아빠다. 현재는 치즈엄마와 단란한 신혼을 보내고 있고, 주중에는 평범한 회사원, 주말에는 앵집사 치즈아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육조(育鳥)생활에 전념한다. 친동생과 공저로 <무심장세대>, <삶의 36.5도>를 썼다. 현재 아내와 함께 네이버 웹소설에서 <나는 시방’새’다>를 연재중이다.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83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