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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퓨어헬스케어 김용상, “BL&H는 파산한 적 없다”

리퓨어헬스케어 김용상, “BL&H는 파산한 적 없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해외업체들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국내 토종업체들은 늘 좌불안석이다. 우리 펫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시장의 매출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던 해외업체들이 딴 마음을 갖기 쉬워져서다. 게다가 소자본에 영업력만으로 버텨온 중소업체들이다보니  ‘판매대행’ 또는 ‘총판권’ 등 둘 사이에 맺은 계약이란 게 글로벌 회사들 편리한 구조로 체결돼 있을 개연성도 크다. 쿠싱병 치료제 ‘베토릴’<사진> 등을 만드는 영국 제약사 ‘데크라'(Dechra), 국내 총판권을 갖고 판매를 대행해 오던 (주)비엘엔에이치(BL&H), 그리고 한때 파산설이 돌던 BL&H를 인수했다는 리퓨어헬스케어 등 3자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 구조도 그 연원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엘엔에이치(BL&H)는 파산한 적이 없다. 데크라 제품의 유통사는 리퓨어헬스케어다.”

김용상 리퓨어헬스케어(구 리퓨어생명과학) 공동대표<사진>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식회사 리퓨어헬스케어는 지난 3월 희귀질환치료제 및 동물용의약품 유통 기업이자 데크라(Dechra) 국내 총판인 비엘엔에이치(BL&H)를 인수했다.

[펫피플]김용상 리퓨어헬스케어 대표 인터뷰

김 대표에 따르면 비엘엔에이치 인수 당시 데크라 총판도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데크라가 한국지사를 설립, 제품을 직접 유통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데크라 측은 “관리자가 변경된 것은 계약 해지 사유”라며 “라이선스를 반환하고 최근 1년간 고객(동물병원) 정보 등을 넘겨 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김용상 대표는 “회사 대표가 바뀌었을 뿐 모든 업무를 그대로 승계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데크라가 초래한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할 의사가 있다면 일단 물품 공급권을 소유한 기존의 사업파트너와 소통하는 노력부터 전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용상 리퓨어헬스케어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퓨어헬스케어가 발족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데크라의 국내 총판자격을 보유했던 비엘엔에이치도 인수해 업계 화제였다. 그런데 아직 데크라 제품의 국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5개월이 넘게 회사가 정상 운영을 못하고 있다. 이는 데크라 측이 양사간 체결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약품을 포함한 제품의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초래된 일이다. 계약해지 사유는 비엘엔에이치가 ‘파산’해 관리자가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논란의 소지가 있다. 비엘엔에이치는 법적, 실제적으로도 파산하지 않았다.

비록 대표이사가 바뀌긴 했지만 노동출 전 대표가 여전히 리퓨어헬스케어의 사외이사로 신분이 전환돼 재직 중이다. 회사의 업무상 기능이 변함없이 유지되므로 이는 회사경영권을 우호적으로 ‘승계’한 것이다. 리퓨어헬스케어는 합법적으로 데크라 제품의 국내 유통사로서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또 비엘앤에이치의 인수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제품의 수입 및 유통 행위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수의계에서는 비엘엔에이치가 파산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닌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노 전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회사경영도 적자 상황이라 파산을 고민한 적은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과 시장에 파산을 신청하거나 공표한 적은 없다. 이미 파산해버린 회사를 어떻게 인수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의 상법이나 법원의 판단, 그리고 비즈니스체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오히려 리퓨어가 파산상태까지 고려하던 어려운 상황에 놓인 회사를 정상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했고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까지 보장했다.

회사가 파산을 선포해 계약이 파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데크라가 한국시장에 직영 지사설립을 위해 대외적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라고 판단한다.

비엘엔에이치 전 대표가 지난 3월 직원들 앞에서 파산을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데크라는 양사간 체결한 계약서에 ‘체인지 오브 컨트롤'(Change of Control, 관리자의 변경) 문구를 들어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듭 설명하자면 데크라는 ‘관리자의 변경’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으나 비즈니스란 문구 이상의 관계와 시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리퓨어’는 ‘비엘엔에이치’의 사업구조와 계약관계, 자산과 인력, 고객과 유통망, 심지어 누적된 채무까지 그대로 승계한 기업이다. 3월 18일에 회사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유통과 고객관리도 이전처럼 그대로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데크라가 돌연 4월 4일에 자신이 한국시장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겠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10년을 함께 한 파트너사의 대표가 건강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경영을 못하게 됐다고 해서 그 틈을 비집고 고속성장 중인 한국시장으로 직접 들어온 것이다. 한국시장을 단기간에 키워 놨더니 사업파트너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임승차’ 하려는 형국이다.

우리는 그동안 다국적 기업이 국내 소상공인을 다루는 행태가 잘못됐다고 보고 기존 업체들과 다르게 반응하려 한다. 당사는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외국기업의 횡포에 가까운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의 시장과 고객, 그리고 신의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필요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하고 국제소송까지도 검토 중이다.

데크라가 국내에 왜 직접 들어오려고 한다고 생각하는지.

한국시장의 시장성(성장 잠재성)이다. 현지인이 시장을 키워 놨으니 이제는 직접 들어오려는 것이다. 데크라가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큰 일본시장에서는 한국과 똑같은 제품군으로 작년 기록한 매출액이 우리나라 시장의 절반인 40억원에 불과하다. 자신보다 더 쟁쟁한 수준의 일본기업과 일본시장에서 경쟁하기는 버거운데 한국시장에서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니 한국시장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우선 직접 진출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이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데크라의 한국지사가 생기면 결국은 제품가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초기 투자비, 환율 급등에 따른 따른 제품수입가, 인건비, 물류관리비 등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제품을 취사선택해서 좋은 것을 활용하고 싶은 수의사들도 압박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다국적 회사가 개발국 시장에 진출하는 전형적인 현지화 전략 시나리오이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동물용 제품류의 공급사는 외국에 본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총판을 맡았다고 해도 나중에 본사가 대리점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면 권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까.

그러한 사업구조가 바로 문제의 발단이다. 우리나라 동물사업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소상공인이거나 소규모이다 보니 외국으로부터 처음으로 우수한 제품을 들여올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제품은 외국 것이지만 우리나라 시장 개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게 된다. 비엘엔에이치가 데크라의 제품을 수입해 한국시장을 개척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사업구조를 확립하는데 10여년이 소요됐다. 지난해 매출은 8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같은 성장은 오로지 데크라의 제품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의 대표와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데크라는 이제 와서 고객(동물병원)들에 대한 세부정보 일체를 모두 무상으로 자신에게 이양하라며 수년간 이어온 사업파트너에 대한 기본적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이건 한국시장 곧 수의사, 반려동물 보호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경시하는 태도로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쿠싱병 치료제인 베토릴의 경우 한국시장에 대체약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약품공급이 안 되면 동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측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리퓨어도 동물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수입 및 유통권은 아직도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 동물의 생명을 볼모로 조건을 달아 약품을 공급하지 않는 쪽은 데크라다. 우리는 수없이 반복해 구매의사를 밝혔는데 약품공급을 중단했다. 반면 스페시픽 사료는 과다한 물량의 재고가 이미 쌓여 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 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하는 상황이다.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뒤통수를 얻어 맞은 형국이다.

매출은 되지 않고 주요 제품은 절품됐다. 고객응대와 경영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일방적인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데크라가 초래한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할 의사가 있다면 일단 물품 공급권을 소유한 기존의 사업파트너와 소통하는 노력부터 전개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것은 상호간 신뢰와 도의의 문제이다. 자칫 기업간의 이권다툼이 시장과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을 리퓨어는 절대 원하지 않는다.

한편, 영국에 본사를 둔 데크라<사진>는 베토릴을 비롯한 자이코탈, 펠리마졸 등 동물용의약품과 함께 스페시픽 사료 브랜드를 갖고 있다.

데크라 관계자는 “비엘엔에이치 전 대표가 3월에 전 직원들 앞에서 파산하겠다고 발표하고 주식을 양도했다”며 “이는 관리자가 바뀐 것이고 계약이 해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계약이 끝난 회사를 리퓨어헬스케어가 인수한 것”이라며 “우리도 리퓨어 측과 만남을 시도하고 소통하려고도 했다. 의약품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기사 일부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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