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진료비를 조사해 공개하려는 것은 진료항목 표준화가 먼저 이뤄진 후에야 가능하다. 또 (주요 질환 치료비를 병원마다 동일하게 적용하는)표준수가제 도입 검토는 (국민의료보험과 같은)공적보험 도입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시장 개입 명분이 약하다.”
대한수의사회가 9일, 정부에 다시 포문을 열었다. 하루 전에 농식품부가 진료비 공시제와 사전고지제, 진료부 공개 등을 골자로 한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자 바로 반격을 가한 것. “어떻게든 동물병원비 낮추겠다”는 정부, “시장 자유를 해친다”는 수의계 사이엔 합리적 접점 없이 냉기류만 흐른다.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는 “(정부가 진료정책)민관협의체 구성과 동물의료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방침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동물병원에 돌리고 규제로 일관하는 정책은 유감”이라 꼬집었다.
수의계는 “진료부 제공 의무화는 동물소유자가 병원 처방 내역을 참고하여 항생제나 전문약품을 임의로 사용하는 약품 오남용이나 악의적 활용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면서 “이는 사람 보건에도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가진료 완전 철폐’가 선행되지 않고 시행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크리라는 것이다.
특히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 배경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표준수가제는 OECD의 권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경쟁 유도 방침에 따라 이미 1999년에 폐지된 제도”라면서 “국제적으로도 일정 범위로 비용을 제시하는 독일의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실시하고 있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의료에 ‘국민건강보험’ 같은 공적보험을 도입하여 국가가 비용을 지급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제시할 명분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오히려 동물의료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얘기.
대수회는 이어 “정부에서는 그동안 동물의료 분야에는 공적인 지원이나 투자 없이 민간의 영역에 맡겨왔다”면서 “(역사적 배경이 그렇다보니)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동물의료의 통일된 기준 제시나 표준절차가 확립되지 못했으며, 정책 수립의 기본이 되는 기초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즉, 정부가 뒤늦게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해 이를 강제한다면 이를 그대로 따르고 수용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대수회는 이어 “동물병원의 공적 역할 등 동물의료의 공공성을 인정한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며,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폐지 및 동물병원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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