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립니다.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식탁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에게 인사합니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삼킨 그녀가 커피 향을 음미하며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아 맞다. 나 고양이 안 키우지.”
그녀는 이를 계기로 2016년 10월, 페이스북에 ‘내 고양이가 아닌 집사들’의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이곳에는 다양한 사연과 함께 재밌는 사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01. 내 이름은 게이브
‘안녕. 이 녀석의 이름은 게이브야. 껴안고 자는 걸 좋아하고 한번 잠들면 깨질 않지. 참, 게이브와 난 오늘 아침 눈 뜨고 처음 만났어. 반가워 게이브.’
02. 물맛이 조쿠나
‘테드는 맨날 내 물을 뺐어 마시곤 해. 왜 고양이 물그릇에 주지 않냐고 묻지 마. 난 고양이 안 키우거든.’
03. 취미가 납치
‘우선 하얀 고양이는 내 고양이가 맞아. 녀석은 아기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이웃집 아기 고양이까지 데려왔지 뭐야. 아기 고양이를 이웃집에 돌려주고 왔더니 이러고 있더라고. 쟨 또 어디서 데려온 애야.’
04. 안 자는 거 다 알아
‘축 늘어진 이 고양이의 이름은 쉐론이야. 언젠가부터 매일 밤 우리 집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내보내려고 할 때마다 자는 척해.’
05. 반전
‘누가 내 고양이일지는 상상에 맡길게’
06. 얘들아 밥 먹어
‘난 고양이들을 여러 마리 키워. 식사 시간 때마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오는 귀여운 3마리의 고양이들 좀 보라고. 하하하!”
*사진 속 고양이는 5마리
07. 저건 내 고양이 맞아
‘근데 저긴 내 집이 아니야’
08.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내가 키울 거야
‘난 아파트에 살아. 그런데 문 앞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길래 문을 열었더니 주황색 고양이가 당당하게 들어오더라. 난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와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녀석들 사이에 껴서 낮잠을 자더라고.
다음 날, 수의사에게 데려갔더니 다행히 마이크로 칩이 있더라고. 그런데 30분 후 나타난 보호자의 반응은 내 예상과 딴판이었어. 기뻐하기는커녕 녀석을 자신의 핸드백에 집어넣으며 말하길 “영영 돌아오지 않길 바랐는데”라고 하는 거야.
가슴이 너무 아팠어. 집에 온 이후에도 그 여성의 말과 녀석의 표정이 번갈아 떠올랐어. 그래서 그 여성에게 다시 전화해서 말했어. 내가 키우겠다고.’
09. 위풍당당 굳세어라, 칼
‘칼은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 집에서 보내는 옆집 고양이야. 식사 시간 때만 잠깐 옆집으로 가. 그리고 밥을 입에 물고 와서 우리 집에서 먹지.’
10. 아줌마, 논현동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에 가는 길에 옆집 고양이를 만났어. 자연스럽게 유모차 뒤에 엎드리더니 유모차가 집에 도착하니 내려서 옆집으로 걸어가더군. 이렇게 뻔뻔한 녀석은 처음이야.’
글 제임수
사진 페이스북 @myhousenotmy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