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도심 한가운데에서 코끼리 2마리가 눈 속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거리에서 코끼리를 보는 걸 신기해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에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잠시 후 한 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코끼리가 왜 이토록 추운 곳에 있는 걸까요?
두 코끼리는 근처를 지나던 이동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코끼리로, 서커스단은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의 주목과 비난을 받고 있는 토그니 서커스단으로 알려졌습니다.
토그니 서커스단은 본래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지만, 2017년 이탈리아가 살아있는 동물로 서커스를 하는 것은 동물 학대라는 판결을 내리자 러시아로 이주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동물단체 VITA는 “유럽과 이탈리아에서 금지된 동물 학대를 러시아에서 이어가고 있다”며 토그니 서커스단을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또한, 러시아 내에서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물 학대를 중지하라며 서명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강한 비난 여론에 부딪히자 토그니 서커스단의 미술 감독 세르게이 본다르쿠크 씨는 “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우리의 가족이다”고 말하며 “동물이 없으면 우리도 일자리를 잃기에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동물단체 VITA는 “토그니 서커스단의 전직 사육사들 증언에 따르면, 서커스단은 여전히 채찍과 전기충격기 등의 잔인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어 “좁은 차량 안에 동물을 가두고 공연을 위해 1년에 10,000마일(약 16,000km)을 이동하는 것과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비난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꼬리스토리는 토그니 서커스단에 대한 뉴스를 2019년 10월에 전해드리기도 했는데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지역 언론사에 따르면, 토그니 서커스단은 동물들을 두 코끼리를 좁은 사육장 안에 가둬 이미 1,440마일(2,300km)의 이틀 동안 장거리 이동을 한 상태였으며, 답답한 코끼리들이 참지 못하고 탈출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토그니 서커스단 홍보 대변인은 “코끼리들은 눈을 보며 무척 즐거워했으며, 주민들도 코끼리를 보곤 기뻐하며 행복해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을 접한 동물단체 VITA는 “당장 동물 학대를 중지하라”며 비난을 이어갔지만, 토그니 서커스단은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동물들은 야생에서 굶어 죽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서커스가 아니어도 동물을 돌보는 방법은 많으며, 전기 충격기와 채찍으로 훈련하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거리가 멀기에 그리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한편, 일부 해외 매체는 코끼리가 눈밭에서 노는 영상을 소개하며 ‘미소 나오는 귀여운 코끼리들’ ‘눈을 보고 신난 코끼리들’ 등의 제목으로 전하기도 했는데요.
동물단체는 “문제를 냉철하게 파헤치고 비판해야 할 언론사가 동물 학대를 포장했다”며 아쉬움을 전하며 대중들에게 “귀여운 동물 영상의 이면을 보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할 때”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귀여운 동물 영상들이 많습니다. 두 발로 뛰는 강아지, 자전거를 타는 강아지 등이 대표적인데요.
혹시 여러분도 두발로 걷는 강아지 자료를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셨나요?
[네 발로 바닥을 짚을 때마다 머리를 얻어맞는 개]
이것은 동물에게 결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며, 실제로 대부분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훈련이 동반된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혹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서커스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