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폐사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농가 사육곰 22마리가 미국의 한 생츄어리(보호시설)로 옮겨진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사육곰 22마리의 이주계획을 발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농가를 설득해 이들 사육곰의 구조와 폐업에 합의했으며 곰들은 내년에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주하게 된다.
이번 사육곰의 미국 이주 추진은 전국 농가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압박 차원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1981년 정부는 곰 수입 장려책을 내놨다. 농가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목적에서였다.
1993년 우리나라가 CITES(멸종위기종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2005년 야생생물법이 제정되면서 사육곰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실상 유일한 소득 창출 수단인 웅담 채취가 사양화되면서다. 농가들은 결국 곰들을 우리에 두고 먹이만 주고 있다.
정부는 산업 사양화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 곰들이 죽으면서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봤지만 올해 3월 현재 전국 30개 농가에 431마리의 사육곰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곰들의 나이를 감안할 때 길게는 20년 이상 우리에서 잔반을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22마리는 국내 사육곰의 약 5%에 해당한다”며 “국내에는 중대형 포유류를 위한 보호공간이 없어 이 곰들은 해외 생츄어리로 이주하지만, 남은 95%의 사육곰은 국내 생츄어리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 정책팀 채일택 팀장은 “환경부에서 계획 중인 몰수동물 보호시설은 또 다른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라며 “농가 전폐업 지원을 통한 산업 종식과 생츄어리 건립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의 구출 비용 마련을 위한 시민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며, 생츄어리 이주과정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