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는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인 몸을 웅크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고슴도치의 엉덩이 사진이 무더기로 온라인에 쏟아졌습니다.
반려동물로서 길러지는 고슴도치들은 경계해야 할 적이 사라지고, 사랑만 받으면서 자라자 무방비 상태로 엉덩이를 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웅크려 가시를 바짝 세워야 할 녀석들이 벌러덩 드러눕거나, 핑크색 엉덩이를 노출한 채 엎드려 잠을 자는 것이죠.
고슴도치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은 이 모습을 찍어 공유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고슴도치 엉덩이 사진 인증 문화는 인스타그램의 새 유행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통통하고 귀여운 고슴도치의 엉덩이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고슴도치 엉덩이 인증 문화가 유행하자 사람들은 귀여워하는 것을 넘어 고슴도치를 입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부작용이 함께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기 고슴도치의 수가 급속도로 늘었다는 것이죠.
고슴도치 생태학자 휴 워릭 박사는 말했습니다.
“고슴도치는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에요. 제가 연구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그런데 녀석들은 손이 정말 많이 가는 동물입니다. 온몸에 변을 묻히기도 하고 냄새도 많이 납니다. 매일 고슴도치 우리를 청소해줘야 하고 또 그만큼 번거롭죠.”
“최근 고슴도치 엉덩이 사진 때문에 고슴도치 입양률이 급격하게 치솟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충동적으로 입양된 고슴도치 대부분은 유기되거나 소홀한 관리와 학대로 이어집니다.”
휴 워릭 박사의 말대로, 치솟는 고슴도치의 인기와 비례해 버려지는 고슴도치 또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어 그는 고슴도치가 반려동물로서 적절한 동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슴도치는 활동량이 아주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좁은 유리통 안에서 기른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꼭 키워야 한다면 쳇바퀴는 꼭 필수입니다.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수 킬로미터는 달릴 거예요.”
RSPCA를 비롯한 여러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고슴도치 인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입양하지 말고 충분히 공부하고 신중하게 고민 후 입양할 것을 권고했으나, 유기 고슴도치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걸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반려동물 훈련사이자 동물단체 회원인 엠마 씨는 유기 고슴도치를 돕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4마리의 고슴도치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녀는 격앙된 어조로 사람들에게 경고했습니다.
“고슴도치가 귀여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계속 버려지는 걸 보니 평생을 책임질 각오로 입양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당신도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나요? 고슴도치에 대해 얼마나 잘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