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가족인 반려동물이지만,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여전히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의 정도가 법체계상 시대적인 추세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현행법, 아직 반려동물은 ‘물건’…유럽에선 30여 년 전부터 법적 지위 바뀌어
알고 보면 민법 개정안의 발표에 이르기 이전부터 반려동물 관련 소송에서는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반려견을 ‘그 소유자와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여 위자료 청구가 인정된 사례를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를 보면 원고 A가 원고 A의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피고 B의 반려견이 원고 A의 반려견을 물어 총 세 부위의 교상(동물에 물린 상처)과 근육 출혈 및 근육괴사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습니다.
만약 현행 민법의 문언 그대로 동물을 물건으로 보았다면 위자료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 B는 반려견의 소유자이자 점유자로서 원고 A에 대한 기왕치료비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 A에 대한 위자료 배상책임도 인정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보호자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손해배상, 위자료 책임 지워야”
원고 A는 피고 B와 애견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반려견을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분양일로부터 15일이 경과되기 이전부터 원고 A가 분양받은 반려견은 재채기, 눈곱, 설사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원고 A가 피고 B에게 지속적으로 반려견의 이상 상태를 고지하고 대응책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B는 질병이 발생한 원고 A의 반려견을 회복시켜 원고 A에게 인도하여야 하는 분양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원고 A의 반려견은 안락사되고 말았습니다.
반려동물그룹은 피고 B의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해 고통을 겪은 원고 A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입은 4명의 어린 자녀들과 배우자의 사정도 위자료 산정에 참작될 수 있도록 주장하였고, 그 결과 피고 B의 분양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분양대금, 치료비뿐만 아니라 위자료배상책임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위, 새로 분양받은 애견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기간, 그 동안 원고와 그 가족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참작하여 결정”하였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1가소105677).
두 판결 모두, 반려견이 비록 현행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일반적인 물건과 성질을 구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통과되면 동물 법적 지위 변화 생겨
앞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려동물이 피해를 입은 경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에 있어 동물이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로 인정될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TV광고에 출연하는 강아지와 같이 수익을 창출하는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친 경우라면 향후 치료비나 일실 수입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형법, 행정법 등 기존 법체계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고의로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되는 수위가 낮았지만, 위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는 이에 뒤따른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의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려동물의 생명도 여타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함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반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속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관련 법령도 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되고,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가 신설되기를 기대합니다.
글=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 제공=반려동물 매거진 <힐링앤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