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그에겐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 푸들 ‘똘이’가 있다. 그런데 똘이는 차 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어는 좋은 곳도, 함께 가질 못한다.
그렇다고 똘이는 떼놓고, 혼자서 멀리 여행가는 것은 마뜩찮다. 똘이의 그 아픈, 마음의 상처를 그는 알고 있어서 더 그렇다. 이 귀엽고 깜찍한 아이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그 아이를 더 애틋하게 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때 배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투브 등 SNS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 케이뷰티(K-Beauty)를 전세계로 알리고 있는 첨병, ‘뷰티 크리에이터'(Beauty Creator)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남다른 일상에서도 문지희가 꼽는 첫 손가락은 늘 똘이다.
그와 똘이를 경기도 일산 고양경기문화창조허브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똘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목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정말, 듣던 대로 둘은 예뻤다.
–똘이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지금 8살인데, 저랑 보낸 시간은 4년이에요. 똘이는 한번 파양을 당했던 아이예요. 제가 아는 친구가 버려진 이 아이를 입양했는데, 그 친구도 사연이 있어서 돌볼 수가 없게 됐어요. 그래서 잠시 제가 맡기로 했다가, 아예 제 가족이 됐죠.
그러니까 똘이로선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제가 세 번째 보호자가 된 겁니다. 저는 늦게라도 똘이를 만나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좋아요. 하지만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죠. 아마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런 것 같아요.”
-똘이에게 어떤 상처가 있다구요?
“사실‘똘이는 차 타는 것을 엄청 싫어하고 무서워해요. 저 혼자선 똘이를 데리고 차를 탈 수가 없어요. 오늘인터뷰도 차에 함께 타 안아주는 사람이 있어 가능했어요. 차 안에선 혼자 있는 걸 견디질 못해요.
봄에 날씨 좋을 때, 가을철 단풍놀이 갈 때 정말 똘이랑 함께 차 타고 멀리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가족들이 같이 여행 갈 때도 데리고 가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곳 산책해주는 정도예요..ㅠㅠ”
-언제 그런 걸 느끼죠?
“똘이는 저랑 산책 가다가 하얀색 자동차만 보면 달려가요. 그리고 제 나이 또래 젊은 여자만 보면, 마구 달려가서는 얼굴을 확인해요.
첫 번째 주인이 20대 여자라 들었어요. 그래서 ‘아직 주인 생각을 하고 있구나, 지금도 잊지 못하고 찾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간간이 섭섭하기도 하게 돼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해요. 개들은 첫 주인을 잊지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주인을 잊도록 더 많이 더 사랑해주어야겠다 마음을 고쳐먹게 됐죠.
하얀 자동차만 보면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 ‘아마 자동차 타고 가다 어딘가에 똘이를 버리지 않았을까’ 짐작이 들죠. 그래서 차를 타지 못하고, 차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렇게 심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 직업이 ‘뷰티 크리에이터’잖아요? 특기를 살려 똘이를 특별히 예쁘게 해줄 것 같은데요.
“똘이가 너무 귀엽고, 인형 같고 사랑스러우니까… 사실 제가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긴 해요. ‘똘이’에게 온갖 예쁜 옷들을 입혀주고, 목도리도 해주고, 사람들에게 예쁘게 하는 것처럼 해주려고 무척 노력했죠.
제가 매니큐어 바르는 것을 좋아해서 똘이도 보니까 발톱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똘이 발톱에 매니큐어도 발라주고 많이 해보았거든요.
그런데 강아지들에게는 좋지 않더라고요. 사람 보기에 좋은 거지.. ㅋ
시간이 지나면서 이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꾸며주는 것이 힘들고, 안 좋은 거란 것을 알게 됐어요. 결국 사람 욕심이더라고요. 강아지들은 멋지게 꾸며주는 것보다는, 산책 한 번 더 시켜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목욕도 너무 자주 시켜주면 안 되겠더라고요.. 피부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배우 활동을 하다, 그 일을 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연기과를 졸업해, 대학 동문들이랑 연극은 “만선이랑”, 단편영화로는 “민아” “나는 나 ” 등에 출연했었어요. 연기자가 제 꿈이었죠.
그러다가 최근 아모레 퍼시픽 ‘뷰티포인트 앱’에서 ‘뷰포 추천’ 채널을 맡아 MC로 활동 했었어요..이 작업을 하면서 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됐죠. 그런데 이들이 유튜브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새로운 잡(job)을 만들어가는 걸 보고, 매력을 크게 느꼈어요. 관심을 갖고 배우게 됐고, 지금은 그 일이 제 직업이 됐어요. ㅎㅎ”
-요즘 학생들까지 뷰티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무척 많던데…
“특히 10대 학생들 뷰티에 진짜 관심이 많더라고요. 제 조카도 중2인데 화장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ㅋㅋ
실제로 최근 유튜브 채널을 보면 뷰티에 대한 정보가 정말 많아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미리 많은 정보를 보며 자료를 모으고, 나만의 콘텐츠로 새롭게 창조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타고난 끼가 있으면,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에 자질이 있다고 봐야죠. 자기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견 키우려는 분들에게 꼭 하고픈 말이 있다면?
“요즘 반려견 애견용품들이 정말 다양하고,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우리 똘이에게 염색부터 네일아트까지 안 해본 것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것들도 강아지들에게는 스트레스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것보다는 산책 자주 시켜주고, 많이 예뻐해 주고, 먹을 것도 가려서 주는 것이 좋아요.
특히 그 무엇보다 ‘끝까지 반려견과 함께 가겠다’는 각오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봐요. 똘이를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다, 그런 다짐요.”
인터뷰를 통해 똘이에게 특별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똘이는 뚫어져라 ‘엄마’ 문주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묻었다.
낯선 장소가 두려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미 그 아이 맘에 있던 아픔은 어느샌가 사라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다. 사랑으로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엄마 곁에서 똘이는 무척 편안한 것 같았으니.
우리나라는 아직 매년 유기동물만 10만 마리가 넘게 나온다. 그 가운데 30%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기견보호소를 거쳐 결국은 안락사를 당한다.
어쩌면 똘이는 행운이 많은 강아지일 수 있다. 이젠 사랑 듬뿍 주는 주인을 만나, 더 이상의 이별은 없을 테니 말이다.
【코코채널】글/사진= 정현숙 기자(일부 사진 문지희 제공), 영상= 송창호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