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몇몇 국가에서 드물게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벨기에 보건당국은 코로나 19 확진자의 반려묘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고, 홍콩에서도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 고양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홍콩 확진자의 반려견 2마리가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난 칼럼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며, 반려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코로나19가 전파된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은 사람간 감염 확산 차단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반려동물의 경우 일반적인 보건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 이상으로 과도한 검사나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연구진이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내놨습니다.
연구진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동물 즉, 개, 고양이, 페럿, 돼지, 닭, 오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감염가능성)과 같은 종 사이에서 전파가능성에 대해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동물들의 경우 코로나19를 실험적으로 감염시키더라도 바이러스 자체가 체내에서 거의 증식하지 않지만 고양이와 페럿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증식하며 호흡기 비말을 통해 고양이 사이에서 전염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03.30.015347v1)
이 결과는 아직 프리프린트 (학계 동료들의 검토를 받고 정식으로 논문을 출판하기 전에 미리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형식이기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이미 많은 고양이들이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인해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반려인분들께 다소 무거운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면, 반려동물(고양이나 페럿)이 코로나19의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숙주로서 마치 바이러스 저장소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소식은, 과거 코로나19와 유사한 신종전염병이었던 사스(SARS) 바이러스도 고양이에 대한 무증상 감염과 고양이 사이의 전파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Virology: SARS virus infection of cats and ferrets.)
실제로 이번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논문 말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항바이러스 제제의 모델생물로서 고양이의 활용이나 정책적 능동감시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 고양이들은 왜 코로나19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감수성을 갖게 된 걸까요? 아직 우리는 고양이와 새로운 바이러스의 관계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우선적으로 ACE2 수용체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스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 수용체(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receptor)를 세포에 대한 감염통로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 사스 바이러스를 실험적으로 감염시킨 고양이 호흡기계에서 ACE2와 관련해 나타나는 세포병리학적 변화가 사람과 유사하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기 때문이죠. (Pathology of experimental SARS coronavirus infection in cats and ferrets.)
물론 사스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가까운 친척이면서도 엄연히 다른 별개의 바이러스이기에, 분명한 과학적 결론이 나오려면 훨씬 더 많은 근거를 필요로 합니다.
어려운 생물학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일상 생활 속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에 변화하는 점이 있을까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점 하나 뿐입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