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강아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산책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 고양이의 경우 사냥놀이를 권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하루에 2~3번 정해진 시간에, 10분 정도 사냥놀이를 함께하는 것이 권장되곤 하는데요.
그런데 고양이는 때때로 놀아주려고 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서 집안을 우다다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10분 사냥놀이를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운동이 될 것 같진 않은데, 왜 전문가들은 사냥놀이를 산책에 비교하며 강조하는 걸까요?
고양이를 이해하기 위해 이뤄진 주요한 동물행동학적 연구 결과 가운데, 포식 행동(predatory behavior)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1970년대 로버트 E. 아다메츠(Robert E.Adamec)가 집고양이의 굶주림과 섭식의 관계에 대해 다룬 내용인데요.
연구진은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특수한 실험공간을 설계하고, 고양이를 47시간동안 금식시켜 배고프게 한 뒤 (고양이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4가지 서로 다른 맛의 사료와 먹이용 냉동쥐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실험에 참여한 고양이가 가장 선호하는 음식을 판별해냅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고양이를 47시간 동안 금식시킨 뒤 고양이가 가장 선호했던 음식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배고픈 고양이는 바로 음식을 먹겠죠. 연구진은 이번엔 고양이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나서 45초 뒤에 실험 공간으로 살아있는 쥐, 즉 사냥감을 들여보냅니다.
음식을 먹던 고양이들은 움직이는 사냥감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사람이라면, 이미 음식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으니 사냥감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고양이들은 단 한마리의 예외도 없이 배고픈 와중에 식사를 멈추고 1.2미터 거리를 뛰어가 쥐를 사냥한 뒤 돌아와 원래 먹던 음식을 계속 먹었다고 합니다.
행동학자들은 이 결과를 통해 고양이에게 있어 포식 행동(predatory behavior)이란 단순히 ‘음식을 먹는다’는 목적을 위한 과정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양이에게 있어 사냥을 하는 행동은 단순히 인간이 슈퍼에서 식재료를 사 오는 것처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생태적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마련되었습니다.
고양이와의 사냥놀이, 놀이라는 단어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 정도로 알고 계셨다면, 이제부터라도 주기적으로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