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동물도 명의(名醫)를 찾는 시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공식통계로 추정하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수가 390만 마리(강아지 288만, 고양이 104만)를 넘어선 상황. 그 중에서도 7~8살 넘는 노령견 노령묘 개체수까지 최근 급증하면서 중증,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자기 아이 병을 낫게 해줄 ‘전문의’(專門醫)를 찾는다. 하지만 동물 쪽엔 국가가 자격증을 주는 전문의(specialist) 제도가 아직 없다.
그 대신 ‘아시아수의(獸醫)전문의’가 있다. 일본 한국 대만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수의사들 연합학회에서 선발한, 국제 공인을 받은 전문 수의사(diplomate)들이다.
전문과목에 대한 다년간의 임상 경험과 실력, 거기에 국제 SCI(E)급 논문을 내는 등 학문적 성취까지 겸비해야 한다. 아시아권 전체로는 100여명. 수의료 역사가 긴 일본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25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수의전문의들이 모이는 학회나 행사에도 참가한다. 선진 의료기술을 즉각 받아들이고, 또 이를 임상에 빠르게 적용한다. 우리나라 수의료의 성취를 세계에 전파하기도 한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벌써 20년이다. 이후 2008년 피부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안과, 내과 순서로 생겼다. 초기엔 서류 및 자격 심사 등을 거쳐 선발했으나, 피부과와 안과의 경우 최근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시험까지 통과해야 자격을 부여한다.
올해부턴 외과도 전문의 선발 과정을 시작한다. 지난달 <코코타임즈>에 “수술 잘 하는 수의사…’아시아(수의외과)전문의’ 올해부터 나온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보호자들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수술을 잘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내과 안과 피부과 쪽엔 누가 전문의냐”는 질문도 많았다.동물병원은 넘쳐나지만, 정작 내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 지 고민하는 보호자들 입장에선 정작 이런 정보에 목 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야별로 누가 아시아수의전문의인지 알아보려 한다.
먼저 수의피부과(Veterinary Dermatology).
지난 2005년, 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가 미국 유럽의 수의전문의들에게 의뢰, 아시아권 수의사들 중에서 일본(2명)과 대만(1명) 수의사 3명을 파운더 전문의(founder diplomate*)로 선발하며 첫 단추를 꾀었다.
임상 경력 심사와 면접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미국 유럽 기준에 비춰도 전문의를 줄 만한 수준 이상이라 평가해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0년, 5명이 추가로 전문의(de facto diplomate**)에 올랐다. 2008년 다수의 예비 후보들을 선정한 후 2년에 걸친 심사 과정을 거쳐 이들을 최종 선발한 것. 거기에 한국 황철용(서울대) 오태호(경북대) 교수가 포함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시아수의전문의가 탄생한 것.
특히 황철용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에 수의피부과의 첫 전담교수인데다, 부속 동물병원의 수의피부 전문진료를 시작한 선구자. 현재 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AiCVD) 회장도 맡고 있다.
레지던트를 양성할 시설 및 교육시스템을 갖춰, 현재은(현 경상국립대 수의대 교수), 강정훈(부산 오리진동물피부병원 원장) 박사 등을 배출했다. 그중 현재은 박사(현 경상국립대 수의대 교수)가 2019년 시험에 통과해 전문의(Diplomate***)가 새로 됐다.
오태호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 박사로 모교에서 포닥(post-doctoral fellowship)을 거쳐 2000년부터 경북대에서 피부 염증 및 세포치료에 몰두해왔다. 또 현재은 교수는 건국대 동물병원 임상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국립경상대 수의피부과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올해 8월 하순엔 제7차 전문의시험도 실시한다. 일본과 한국에서 치러진다. 아시아수의피부과 전문의시험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에선 누가 그 관문을 뚫고 전문의 자격을 획득할 지 주목된다.
용어설명
*Founder diplomate: 전문의들로 조직된 전문의학회는 Founder, De facto, Diplomate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 founder는 학회 창립 멤버들에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 아시아전문의학회의 경우, 미국전문의와 유럽전문의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학회 설립 founder들을 먼저 선발한다.
**De facto diplomate: 전문의학회 설립 초기에만 등장하는 독특한 지위의 하나. 전문의가 되려는 레지던트들을 지도할 자격이 있다고 학회가 인정한 멤버. 이미 전문의 이상의 임상 실력과 학문적 수준에 이른, ‘사실상의 전문의’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Diplomate: 전문과목별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전문의 시험(필기, 실기, 면접 등)까지 통과한 수의사. 시험을 학회가 주관하느냐, 정부가 주관하느냐 차이가 있을 뿐 전문의 시험까지 통과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수의전문의들과 비슷한 지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