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허스키 애본은 도저히 말리려야 말릴 수가 없는 천방지축 댕댕이입니다. 번개처럼 집안을 뛰어다니며, 꼬리는 잘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녀석이 언젠가부터 사뿐히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소파에 오를 땐 멀리서부터 도움닫기를 하던 애본이 제자리에서 살포시 올랐고, 반가운 사람에겐 두 발로 거칠게 껴안던 녀석이 머리만 살포시 비볐습니다.
특히 보호자인 쉐이 씨에겐 더욱 조심히 대했습니다. 쉐이 씨가 침대에 누워있으면, 침대 끄트머리로 오른 후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배에 머리를 기댑니다.
이에 쉐이 씨가 녀석의 모습을 공개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무래도 애본이 제가 임신한 걸 눈치챘나 봐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애본은 쉐이 씨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그리고 새벽에도 말이죠.
쉐이 씨가 다시 침대에 눕기라도 하면, 언제나 그렇듯 애번이 조용히 다가와 쉐이 씨의 배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뱃속의 아기가 발길질이라도 화들짝 놀라 제 배를 쳐다봐요.”
종종 애본은 배에 얌전히 머리를 기댄 채 꼬리를 흔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뱃속의 아기에게 재밌는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말이죠.
“제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 때면 애본이 아기가 해준 말을 통역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곧 만나길 기대한다던가. 바깥세상이 기대된다던가요.”
조만간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와 애본과 첫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하지만 애본은 아마 이렇게 얘기할 것입니다.
‘나야 나 애본. 우리 그동안 재밌게 수다 떨었잖아!’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Shea hau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