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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났다고요?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잘 살아갈 방법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의 삶은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다. 쓰레기봉투에서 찾아낸 한 조각의 음식물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새끼고양이들은 절반 이상이 성묘가 되기 전에 죽는다. 또 새끼를 낳기 위해 들어간 지하실이나 창고에서 쫓겨나거나 출입구가 막혀 그 안에서 죽음을 맞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집에서 반려묘로 살 수명이 10~15년이지만, 길고양이의 수명은 2~3년 정도에 그친다. 이러한 모습에 길고양이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길고양이 학대사건, 캣맘과 주민들의 갈등 등이 끊임 없이 터지는 이유이다.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단순히 길고양이를 박멸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외국의 길고양이들처럼 사람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일반적으로 건강한 길고양이들은 사람의 통행이 잦은 시간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굶주리거나 아픈 길고양이만이 사람의 눈에 띄는 편이고 간혹 사람을 겁내지 않는 길고양이는 다가와 먹이를 요구하거나 쓰다듬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먹이를 요구하는 길고양이를 만났다면 무엇을 주면 될까? 급한 마음에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참치캔이나 우유를 사서 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람이 먹는 참치캔은 기름과 염분이 많아 동물에게는 좋지 않다. 게다가 기름진 음식을 먹을 기회가 드문 길고양이들은 참치캔을 먹고 배탈이나 탈수가 생길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참치캔을 주어야 한다면 최대한 기름기를 짜내거나 뜨거운 물에 헹구어 기름기를 제거하고 주는 것이 좋다. 또 고양이는 우유를 소화 못하는데다 우유를 먹은 뒤 탈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을 먹을 기회가 적은 도시에서 탈수나 배탈에 걸린 고양이는 더 심한 질병을 얻을 수 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고자 한다면 반려동물용 캔사료(최근엔 편의점에서도 구입 가능)와 깨끗한 물을 주는 것이 좋다.

깨끗한 물이 가장 좋은 먹이

한 마리당 하루 반 컵 이상의 건식 사료가 필요하지만 고양이의 크기, 계절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서 먹이를 주면 된다. 너무 적은 양의 사료를 주어 서열에 밀리는 길고양이의 몫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문제이지만, 길고양이가 사료에만 의존해 먹이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많은 양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사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길고양이에게 더 이상 사료를 주지 못할 때 길고양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가 온다면 고양이들이 싸우지 않도록 접시를 나누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길고양이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길고양이들이 염분을 과잉 섭취할 경우 신장, 심장 등에 심각한 질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통한 길고양이를 보면 잘 먹어서 살이 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다수가 염분이 많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어 질병이 생겨 부은 것이다. 누군가 깨끗한 물을 주지 않는다면 길고양이가 도시에서 깨끗한 물을 구해 마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길고양이들이 왕성하게 출산을 하는 4~6월에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하고 구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끼들의 상태가 양호하고 둥지에 모여 있는 경우 어미가 잠시 먹이 활동을 위해 외출한 때이므로 함부로 새끼를 이동시키거나 만지면 안 된다.

또 어미는 새끼들이 자라면서 둥지를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이동 중일 때 새끼를 구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손을 타 새끼에게 어미의 냄새가 사라지면 어미는 새끼를 찾지 못하거나, 겁을 먹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양보다 먹이 주기가 더 절실

길고양이는 영양 부족, 사고, 질병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보호자가 없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치료, 보호하는 기관이 없다. 동물단체에서 부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지만 기부로 운영되는 시민 단체의 특성상 모든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길에서 태어나 야생성을 갖게 된 길고양이는 입양하는 것보다 길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다 버려졌거나 어미를 잃은 새끼,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거리 생활이 어려워진 경우처럼 입양이 필요한 길고양이도 있다. 이러한 길고양이들은 구조해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구조자가 입양을 하면 가장 좋지만 입양은 신중해야 한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아 개보다 키우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입양이 될 정도로 사람을 따른다면 그만큼 사람의 손길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이다. 또 고양이는 매일 수차례 집안 청소를 해야 할 정도로 털이 많이 빠지므로 입양 전 동물 털로 인한 알레르기는 없는지, 털 빠짐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번 사람에게 길든 길고양이는 다시는 거리 생활에 적응할 수 없고, 새로운 입양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귀엽고 불쌍하다는 마음에서 충동적으로 입양을 해놓고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그 고양이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되거나 길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길고양이 안내서>

길고양이를 학대하면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 받습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되는 동물이기 때문에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누군가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동물 학대의 경우 동물이 스스로 피해를 진술할 수 없으므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동물보호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혼자 고발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동물보호단체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도시 생태의 일원으로 인정해주세요

점차 도시화되면서 먹이가 부족해지고 살아갈 터전을 잃게 된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뒤지기도 하고, 건물 지하에 새끼를 낳기도 하며 일부 시민들에게 불편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울의 한 지자체에서는 주민과 함께 사료를 주며 개체 수를 줄이는 중성화수술(TNR) 사업을 병행하면서 민원과 개체 수도 줄이는 1석 2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서 없애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주민들에게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이 번식을 막습니다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해 중성화수술(Neuter)을 시킨 뒤 다시 제자리에 방사(Return)하는 방식입니다. 중성화수술 후 방사를 통해 한 지역의 길고양이 개체수를 안정화시키면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아 길고양이 수가 줄어들고 시끄러운 울음소리도 사라지게 됩니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을 위해 하는 일도 있어요

길고양이는 페스트, 유행성출혈열 등의 숙주인 쥐들의 천적입니다. 고양이 배설물 냄새만으로도 쥐들의 유입을 막을 수 있으며, 길고양이가 잡는 쥐의 숫자는 하루 4마리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기획 임소연  강정미(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사진 제공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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