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이라면 외출할 때 반드시 2가지는 해야 한다. 입마개와 목줄. 하지만 힘이 센 맹견이 입마개를 풀어버리거나 목줄을 끊고 달아나면 어떨까? 그 땐 보호자로서도 속수무책이다.
끊이지 않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자며 국회가 동물보호법까지 개정해가며 입마개와 목줄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 치명적인 허점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또 바닥 마찰력(CSRD)이 적정 기준에 못 미쳐 미끄러짐을 방지하지 못하는 ‘미끄럼방지매트’, 피부 발진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물질(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이 나온 탈취제나 물티슈도 있다.
“반려동물용 용품이나 서비스는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지만, 정작 이들이 광고만큼 안전하고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는 미지수”라는 볼멘소리가 보호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7월부터 국가기술표준원을 통해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 표준화 기반구축’에 대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펫용품이나 펫서비스 등에도 그에 합당한 품질기준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품질표준이 필요한 아이템 발굴부터 품목별 품질기준, 중장기 표준화 로드맵 등 표준화 전략이 우선과제다.
“사료관리법 적용을 받는 펫푸드나 농림축산검역본부 인·허가 또는 신고를 거쳐야 하는 동물용의약품이나 의약외품, 의료기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품질관리 규정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관리체계가 아직 없다 보니 불량제품 유통과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것만으로도 펫용품 ‘제품불량’ 및 ‘부작용’ 신고가 2017년 11건에서 18년 16건, 19년 25건으로 늘었다. 그 후에도 이런 추세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OTITI시험연구원, 16일 오후 펫용품·서비스 표준기반 만들기 세미나
이에 KOTITI시험연구원이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SETEC 컨벤션센터에서 펫용품 및 서비스 표준을 만들기 위한 기본방향을 논의해보는 세미나를 마련한다.
‘반려동물시장 소비자 평가와 피해 현황'(한국소비자원 이금노 팀장)과 ‘반려동물 관련표준기반구축 계획'(KOTITI 김숙래 단장) 등을 통해 불량제품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
또 기존의 품목분류로는 어느 쪽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신종 펫용품이나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분류체계에 들어있지 않아 오히려 제품 등록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KOTITI에 따르면 최근 펫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펫시장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수년 전부터 펫푸드는 물론 펫용품과 의류 등의 유해물질을 제재하는 법과 규정을 마련, 엄격한 제품 표준을 적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OTITI시험연구원 이상락 원장도 13일 “2019년부터 한국애견협회와 함께 국내 최초로 ‘펫용품 인증사업’(Pet Safety 인증)을 추진해왔으나 가전제품이나 서비스 신상품 품질관리는 아직 미흡하다”면서 “우리나라 펫용품 및 서비스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정책과 수요자 중심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