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수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 후 상태가 더 나빠졌다면 동물병원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소홀에 따른 위자료 배상 책임이 있다는 ‘조정’ 결정이 나왔다.
지난 7월 15일부터 시행된 ‘수의사법’ 개정안에 따라 수술 등 중대질환에 대한 동물병원의 사전고지제, 즉 ‘설명의무’에 대해 처음으로 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소비자 피해구제 차원에서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최근의 사법부 판례 흐름과도 닿아 있다.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변웅재, 이하 ‘위원회’)는 반려묘가 ‘구개열'(입천장에 구멍이 난 질환) 수술을 받은 후, 그 크기가 더 커져서 흡인성 폐렴 등과 같은 중대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에서 “동물병원 의료진은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결정했다.
“고양이 구개열 수술 후 상태 더 나빠졌으나 그럴 가능성 설명해주지 않았다”
보호자 A씨의 반려묘(2015년 생)는 2019년 11월 B병원에서 0.4cm 정도의 구개열이 확인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이후 모두 4차례 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구개열이 다시 재발하자 이번엔 C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전보다 구개열 구멍(열개창)이 더 커져 재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자, A씨는 C병원에 상태 악화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
이에 동물병원은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 수술 이후에도 ‘피판’의 허혈성 괴사, 조직 손상 등으로 구개열이 재발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피판은 이식을 위하여 피하 구조에서 외과적으로 분리된, 혈관을 가진 피부나 다른 조직.
그러나 위원회는 “조정 외 병원(B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구개열의 크기가 커진 적은 없었으므로 수술 후 크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만약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청인의 주장을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수술 및 시술, 그리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과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설명하여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정결정에 대해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동물 소유자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되어야 함과 동시에 의료진이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위자료 배상을 결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개정되어 7월 5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는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기 전에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① 진단명 ② 중대 진료의 필요성과 방법 및 내용 ③ 발생 가능한 후유증 또는 부작용 ④ 소유자 준수 사항을 설명 한 후 소유자 등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30만 원이 부과되며 2차·3차 위반 시에는 각각 60만 원, 9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서 ‘수술 등 중대진료’는 동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진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내부장기· 뼈· 관절 등에 대한 수술 또는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수혈 등이다.
소비자원,“반려동물 수술 시 설명 충분히 않았다면 위자료 배상 해야”
소비자원 조정위원회는 이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수의서비스(반려동물 치료) 관련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물병원에는 치료 전 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것을, 소비자에게는 치료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소비자기본법'(제60조)에 따라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바로가기)는 소비자와 사업자가 위와 같은 조정 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을 통한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즉, 조정 결정이 법률적 강제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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