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씨에겐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딸이 하나 있습니다. 바다처럼 파란 눈동자, 뾰족하게 슨 귀 그리고 항상 노려보는 듯한 눈빛.
시베리안 허스키 날라입니다.
날라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숙녀입니다.
이 숙녀가 다른 댕댕이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산책과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이죠.
“게을러도 너어어무 게을러요.”
얼마 전, 날라의 담당 수의사는 날라의 몸이 두툼해졌다고 말하며 평소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유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오로라 씨는 날라의 다이어트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지나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그때부터 날라의 깊은 사색이 시작됐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인가 하고 말이죠.
오로라 씨는 망설이는 날라를 어르고 달래며 1층에서 2층으로 조금씩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날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을 오르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닐리는 계단에 누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엄마가 이성을 잃은 게 아닐까 하고요.
“날라야. 운동해야지.”
오로라 씨의 간곡한 부탁에 날라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뗐습니다.
3층을 지나 4층으로 향하자 날라는 다시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아니, 현대화된 문명에서 도대체 왜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그녀는 벽에 머리를 대고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날라야. 제발.”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날라는 오로라 씨의 부탁에 또다시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집이 있는 5층에 도달했습니다.
날라는 바닥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큰 실수라고 말이죠.
“첫날, 2분이면 오를 계단을 20분 이상 걸렸어요.”
다행히 이튿날부터 날라는 계단에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앞을 지날 때마다 꼭 엘리베이터 앞에 한 번씩 앉아요. 나름 ‘오늘은’ 엘리베이터를 타자고 항의하는 거죠. 5층까지 걸어가는 게 이렇게 힘들었나요.”